미국 내 광우병 재발 파장이 만만찮아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와 우리 사회가 갖는 상관관계가 워낙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광우병은 2003년 앨라배마에서 발견된 이래 네 번째로 2006년 3월에 이어 6년 만의 일이다. 이번 발병은 캘리포니아 주의 한 목장에서 발생했고, 일단 한 마리의 젖소가 문제가 됐다고 한다. 초동단계인 만큼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2008년 나라 전체를 뿌리째 흔들었던 미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대한 기억으로 국민들 마음은 불안하고 착잡하다. 이런 때일수록 냉철하고 이성적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번 역시 정부의 대처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기껏 첫 발표에 미국과의 정보 부족을 고백하듯 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에서 돌연 검역 강화로 돌아선 이유를 둘러대기 바빴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시장에 대한 지도와 협조도 분명 빠뜨렸다. 뼈저린 학습효과도 그새 잊은 모양이다. 이러니 앞장서 미국 눈치만 본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 축소 은폐는 괴담과 불매운동 확산만 부추길 뿐이다.
필요하면 즉시라도 시중 유통을 금하고 언제라도 수입중단까지 고려해야 한다. 물론 양국 통상질서상 간단한 사안이 아닌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간의 협정내용과 내부규정에서 보듯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미국 측은 문제의 젖소가 시중 소비자용으로 도살된 적이 없으며 우유는 광우병과 무관하고 문제의 젖소가 사료를 통해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가 수입하는 30개월령 미만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입장일 뿐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미 SNS를 통해 ‘검역주권을 통째로 미국에 바쳤다’ ‘문제가 된 쇠고기가 이미 수입됐다’는 식의 자극적인 루머가 나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나무랄 일만도 아니다. 몇 년이 지나도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이번처럼 또 언제 어디서 발병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하되 새로운 광우병 상황이 벌어진 이상 적절한 새 방책까지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미국산 쇠고기가 단순한 식탁안전의 문제를 넘어 과도한 반미감정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이념갈등, 국론분열이 극도화됐던 아픈 기억을 기억으로만 덮어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