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여름철 전력 수급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며칠간 때이른 초여름 날씨로 최대 전력수요가 6000만kW에 육박할 만큼 크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력 예비율은 7~8%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면 10% 정도에서 유지돼야 하는 예비율의 안전선이 무너져버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지난해 9월 불시에 겪었던 정전사태 이상의 불편과 피해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전력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장ㆍ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발전소를 추가로 짓는다 해도 규모에 따라 적어도 3~5년씩 걸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효율이 가장 높은 원자력발전소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신규 부지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발전기를 안전점검도 생략한 채 계속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안전점검이 소홀해지면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절전운동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를 아낀다고 해결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넘어버렸다. 따지고 보면 절전운동이 그렇게 잘 이뤄진다고 볼 수도 없다. 과거 정부 주요 기관에서도 실내 권장온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곧잘 드러나곤 했다. 여름철마다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에게 넥타이를 풀고 간편복장을 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따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도심 상가에서는 실내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손님을 받는 모습조차 쉽게 목격되고 있다.
이렇듯 전력 과소비에 무신경하다면 결국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원전 건설계획이 반발에 부딪치면서도 수요를 줄이지 못한다면 달리 대안이 없다. 더구나 산업용은 아직 원가의 87%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보다 요금이 낮은 것은 그런 까닭이다. 나아가 일본은 원전의 완전 가동중단으로 일부 지역에 대해 강제 절전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우리도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전력 수급의 심각성을 국민들이 깨닫도록 위기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대형 사고가 터진 다음에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