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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용동 대기자의 부동산 프리즘> 보금자리 궤도수정 시급하다
사업 줄줄이 지연되고
재원확보·민간주택 잠식 등
문제점도 한꺼번에 노출
여야 추가확대만 주장

서민주거지원 공급보단
비용보전 방식 고려돼야


MB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되는 보금자리 주택 사업의 궤도 수정이 시급하다. 사업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재원 확보, 공급 방식, 민간주택 시장 잠식, 개발이익 사유화 등 많은 문제점이 한꺼번에 노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이번 4ㆍ11 총선 공약에서 추가 확대 공급만을 내세운 바 있다.

더 곪아터지기 전에 시급히 대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다. 서민 공공주택 정책인 보금자리 주택 사업은 무주택 서민에게 값싼 아파트를 도심권 인근에서 공급한다는 게 기본 취지였다.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의 70~80% 수준에서 저렴하게 책정하고 도시 외곽 그린벨트를 풀어 직주근접형태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서민형 주택을 향후 10년간 분양아파트 70만가구, 임대아파트 80만가구 등 총 150만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보금자리 주택 사업의 주요 골자다.

역대 정권마다 국민임대 등 다양한 서민용 공공아파트를 공급해 왔지만 분양가가 비싸고 도심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건설해 서민 주거난 해소에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가격과 공급 입지의 한계로 실효성이 떨어진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MB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사업은 진일보한 서민 주택 정책임이 틀림없다.

실제로 서울 세곡동 등 입지가 양호한 그린벨트를 개발해 무주택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민영주택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많아졌다는 점에서도 다소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이 줄줄이 지연되고 미분양이 되는 등 포퓰리즘적 공공주택 공급계획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6차까지 사업이 추진됐으나 시범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업 진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점이 그렇다.

2차 보금자리지구에 포함된 부천 옥길ㆍ시흥 은계ㆍ구리 갈매 지구는 사업 시행사인 LH공사가 지난 2010년 4월 사전 예약을 거쳐 올 2월 본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12월과 내년 상반기로 모두 연기된 상태다. 사전 예약을 받은 서울 내곡과 세곡2지구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상 작업이 지연되면서 2013년 6월로 예정된 입주 시기가 1년가량 늦춰졌다. 남양주 진건지구 역시 본 청약 일정이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3차 보금자리지구 중 SH가 시행을 맡은 서울 항동지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애초에 예정된 입주 시기가 2015년 1월에서 2017년으로 늦춰졌다. 5년 뒤 입주하는 장기 예약 해프닝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망 지구로 꼽혔던 하남 감일지구 역시 올해 12월로 예정된 본 청약 일정이 2013년 9월로 연기됐고, 보금자리지구 중 최대 규모인 광명ㆍ시흥은 지난 2010년 6월 지구 지정이 됐지만 현재 사업 추진 청사진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총체적 부실은 쫓기듯 사전 청약만 진행했을 뿐, 재원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데다 보상 민원이 극에 달한 탓이다. 총 124조원 규모에 달하는 LH공사의 부채더미 가운데 무려 27조원 규모가 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금융 부채다. 역대 정권의 무분별한 임대주택 추진이 LH 부실의 주범인 셈이다.

보금자리 주택 사업의 지역별 공급계획 재조정과 이에 따른 재원 마련과 토지 확보, 지자체와의 사업 연계 등이 시급히 전면 재조정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민간주택 시장 잠식 논란 역시 공공과 민간의 명확한 사업 한계를 규정짓지 못한 결과다. 공공주택 사업은 분양주택보다는 임대주택 공급이 타당하다. 임대 공급은 그린벨트를 풀어 값싸게 공급하는 데에서 생겨난 개발이익의 사유화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ㆍ관 보금자리 공동 개발 등 택지 개발 방식의 다양화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대적이다. 공동 개발 후 민간이 택지로 환지받아 주택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컨소시엄 방식은 민간 아이디어와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효과가 크다.

임대주택 관리 혁신 방안도 시급하다. 임대아파트 입주 자격은 엄격하나 퇴거 기준은 불명확하다. 때문에 임대주택 거주 후 소득이 향상돼도 입주권한을 포기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차하위계층 입주를 위한 퇴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무주택 서민층에게 무조건 임대주택을 공급해주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서구의 경험을 살린다면 바우처 등 주거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서민 주거 정책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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