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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MB 인사 노란 싹, ‘왕차관’ 구속 의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결국 7일 심야에 구속수감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즉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개발사업자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지만 그를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한 실체적 규명이 이뤄지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제3의 계좌를 통해 수천만원을 세탁해 건네받은 정황을 새로 포착했다고 한다. 특히 그의 형 계좌에 10억원이 들고 난 사실도 새 국면을 예고한다. 결코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박 전 차관을 둘러싼 대형 비리 의혹만 이번이 네 번째다. 아프리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관련 CNK 주가조작, SLS 이국철 회장 술 접대 로비,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이어 파이시티까지 하나같이 사회를 들썩인 사건들이다. 세 차례나 용케 도마 위를 벗어나더니 4ㆍ11 총선 출마까지 했다. 그에 대한 수사는 곧 검찰의 수사 의지와 능력, 나아가 성패를 가늠한다는 웃지 못할 등식까지 형성될 정도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강도 높은 수사로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세계 굴지의 기업인 포스코 회장 선임까지 쥐락펴락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다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박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의 실세 중 실세로 통한다. 그의 구속수감이 유달리 씁쓸한 것은 우리 사회에 되풀이되는 ‘권불오년(權不五年)’ 때문이다. 박 전 차관은 지난 5년간 ‘왕’자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시절에는 왕비서관, 총리실 재직 때는 왕차장, 지식경제부 차관 때는 왕차관이었다. ‘왕의 남자 중의 남자’였던 셈이다. 같은 개국공신이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국정 농단의 주역’으로 꼽은 이가 바로 박 전 차관이다.

역대 정권이 그랬듯 MB정부 역시 더 이상 멀쩡하게 남은 측근이 없다는 탄식이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나라 망신이나 다름없다. 박 전 차관의 구속을 국민들이 각별히 눈여겨 보는 것은 향후 그의 행적이 곧 임기 말 MB정부의 모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정부의 가장 큰 흠결은 누가 뭐래도 인사 패착이다. 학연, 지연 등 몇 갈래 권력라인의 공통분모를 갖춘 이가 바로 박 전 차관이다. 때문에 우리는 그를 ‘MB 인사 난맥의 노란 싹’으로 지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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