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꽃이 피듯 웃는다.그러면 불현 듯 사방이 환해진다. 그녀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깊고 깊게 흐느낀다. 그 눈물에 이웃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끌어안는 아름다운 사람의 통곡이 강물처럼 흐른다.
2010년 진보논객인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이정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의 책, ‘사랑하며 노래하며 아파하다’에 쓴 추천의 글은 얼마전까지 우리의 머리속에 남아있던 ‘이정희’의 모습이다. 그의 이념지향과 상관없이 국회 의사당에서 어쩌지 못하고 우는 모습 등은 진보정당 정치인치곤 감성적인 느낌을 일반인들에게 남겼다.
그리고 7일 김교수가 통합진보당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참담하다”며 진보정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김 교수는 이정희란 프리즘을 통해 21세기 한국의 진보정치의 희망과 절망을 함께 맛보는 듯 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마르크스의 유령이 21세기 한국에 다시 배회할 순 없지만 진보정당의 가치는 여전히 소중하다. ‘20대 80’에서 ‘1대99’의 세상으로 바뀌었다는 슬로건이 먹히고 있는 것은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소수의 그들’의 방부제같은 몫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진보정당 쪽에선 드물게 운동권보다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정희는 더욱 소중하다. 스스로 밝혔 듯 그는 길바닥에서 살아오지 않았고 살지 못했다. 학력고사 여자수석에 “부모님 덕에 사법시험 공부에 매달릴 수 있었고 엘리트 부장판사, 부장검사님들의 품위로 가득한 사법연수원을 다녔다.변호사가 되서도 재벌2세의 의뢰를 받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인권변호사로 변신하고, 민주노동당 의원이 되고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로 진보정당의 대표얼굴로 성장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경선 부정 논란으로 진보정당의 공격을 받고 있는 지금, 이정희의 옛 모습은 없다. ‘NL’이니 ‘경기동부연합’이니 하는 80년대의 언어들이 2012년 한국에서 다시 언급된다는 것도 어색하기 그지 없지만 더욱 가관인 건 이정희 대표를 포함한 당권파들의 일련의 행태들은 ‘통합’진보당 당명이 무색하게 분열을 추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투표용지에 묻은 풀이 살아나서 우연하게 붙은 것”이라며 뭉텅이표에 논란에 반박하는 김선동 의원의 항변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말들’이란 네티즌들의 조롱을 받고 있다.
‘나꼼수’ 김어준은 이정희의 강점과 약점을 말한다. 진보정당의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이념에 경도된 외골수처럼 보이지만 이정희는 안 그렇고 운동권의 언어가 아니라 자기의 언어를 가졌다는 점이 장점. 단점은 사회생활을 대부분 변호사로 보냈기 때문에 운동권 진영에서 지분이 없거나, 아주 작다는 점이다. ‘울보’이미지는 사라지고, ‘투사’의 느낌이 투영되는 요즘 이정희는 단점이 커 보인다.
보수는 부패로,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한다면 지리멸렬한 통합진보당은 망하는게 맞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이정희 대표가 세상에 나가기 위해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젊은 날 위로가 됐다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다.
전창협 헤럴드경제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