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명칭을 상호신용금고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9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언급에 업계가 발칵 뒤집히는 소동이 벌어졌다. 금융당국이 ‘의도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 일단락됐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닌 듯하다. 차제에 저축은행의 ‘은행’ 명칭을 떼내는 것을 깊이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세 차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저축은행 비리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한 저축은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저축은행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은행’ 이름을 달게 된 것과 무관치 않다. 사채업 양성화 차원에서 1972년 출범한 상호신용금고는 2002년 저축은행으로 신분이 격상했다. 예금자 보호도 시중은행과 똑같이 5000만원으로 늘어났고, 2007년에는 대표자가 사장이 아니라 은행장이 됐다. 은행 명칭이 주는 신뢰감에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예금자들이 외면할 이유는 전혀 없었고, 외형은 폭발 성장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감독은 사실상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자격심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신용불량자와 전과자도 버젓이 대주주가 되고 은행장이 됐다. 설령 문제가 드러나도 감사와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한 감독당국 퇴직자들이 방패막이가 됐다. 더욱이 대주주를 검사할 근거도 없는 등 법망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이러니 대주주와 경영진이 고객 예금을 제 주머닛돈 쓰듯 했던 것이다.
물론 저축은행의 상호신용금고 ‘강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 예금자 동요와 뱅크런에 따른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우려된다. 작년 말 기준 저축은행 총자산은 50조7000억원(잠정치)이며 수신은 43조9000억원에 이르는 작지 않은 규모다. 덩치가 커지면서 지역 금융 비중이 10%가 넘는 곳도 있다. 경우에 따라 지역 경제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저축은행을 대체할 서민금융 창구도 지금으로선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충분히 마련한 뒤 불량 저축은행부터 점진적으로 ‘은행’ 타이틀을 빼는 것이 순서다. 그렇지 않은 저축은행도 명칭과 영업범위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19대 국회가 열리면 정치권도 관련법 개정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