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5ㆍ10 부동산 대책은 약발 없는 약탕기나 다름없다. 서울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하나만으로도 화들짝 놀랄 사안이나 정작 시장은 더 냉랭하다. 규제를 풀고 세제 지원을 늘린다고 해서 살아날 시장이 이미 아니다. 정책을 뒷받침할 경제가 안팎으로 워낙 꼬여버린 때문이다. 장기 침체로 인한 불안심리는 부동산 활성화에는 치명타다. 아예 집 살 돈이 없어 못 사고, 돈이 있어도 오르지 않을 것 같아 사지 않는 입장이 서로 맞물린 것이 지금 시장이다.
너무 잦은 대책도 문제다. 다음 발표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만 자극해 거래 활성화가 아닌 거래 유보를 부채질한 셈이 됐다. 강남권 투기지역 외에 주택거래신고지역까지 해제했고 전매제한 완화, 민영주택 재당첨제한 등 웬만한 규제는 죄다 담아냈지만 시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취득세를 그대로 두고는 활성화를 기대하지 말라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보냈다. 시장의 엄살도 보통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 단독으로 살려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급격한 성장세 둔화에다 수출 부진까지 겹쳐 경기는 침체일로다. 가계부채는 900조원대를 오르내린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453조원으로 집계돼 전달에 비해 1조3000억원이 늘었다. 때문에 DTI 같은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은 손도 못 댔다. 사실 시중 여유자금을 끌어들이고 주택 실수요자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DTI만 한 수단도 없다. 중산층의 가계자산 80%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빈사상태의 부동산 시장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돈줄이다. 취득세도 지자체의 세수 우려 때문에 꺼내들지 못했지만 활성화에 따른 세수가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현직 지자체장들은 간과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협조가 필수다. 규제완화 조치들은 주택 및 소득세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은 법 개정 없이는 현실적으로 허구다. ‘강부자 정권’ 소리를 더 듣더라도 여당은 소통과 설득을 통해 19대 국회 초기에 관련 법안부터 처리하기 바란다. 주택 건설과 거래가 활력 넘치면 일자리 창출로 소비가 살고 가계는 대출금을, 건설사들은 부채 상환 여력을 갖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 건설 경기가 살아야 일반 경기가 살고 나라 경제가 연착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