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 패배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던 민주통합당이 대선용 선심공약에다 19대 국회 밥그릇 늘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그 중심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최근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을 모아 당 소속 시ㆍ도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3만~4만명을 2014년까지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키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 정신 등 헌법조항을 앞세웠다. 물론 비정규직 지원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는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선 재원조달이 막막하다. 민주당은 중앙정부 교부금을 늘리고 전시성 사업을 축소한다지만 국고도 한계가 있다. 기초단체 기준으로 많게는 연 50억원, 적게는 7억~8억원 정도는 더 소요되고 전국적으로 연 수천억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당장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민간기업 역시 큰 부담을 안게 된다. 그나마 민간부문은 효율을 따져 구조조정이라도 가능하지만 공공부문은 ‘철밥통’만 늘리는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없지 않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 비대위원장은 “각 지방정부가 ‘민주당이 집권하면 저런 정부가 되겠구나’란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해 대선용 선심임을 숨기지 않았다. 또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곧바로 반값 등록금 관련 법안부터 처리하겠다고 한다. 최근에는 국회 상임위원회를 최소한 6개 더 늘리겠다고 했다. 상임위 1개에 국회 사무처 직원 인권비를 빼고도 4년간 12억원 이상의 운영비가 들어간다. 사무공간 등 제반 비용을 합치면 6개 신설에 수백억원도 모자란다. 생색은 혼자 내고 계산서는 중앙정부, 그러니까 국민에게 떠넘기는 수법은 꼼수의 전형이다.
민주당을 보면 총선 패배 당인지 그 반대인지, 야당인지 아닌지 분간이 어렵다. 집권 운운하며 그때 가서 보자는 으름장의 연속이다. 지난달 3주짜리 문성근 대표대행이 공식행사로 맨 먼저 방송 및 통신사의 파업현장을 찾아 “우리가 이대로 가면 12월 대선에서 이긴다. 절대 기죽을 필요 없다”는 등의 해괴한 언사를 쏟아낸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총선 패배 후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기성찰을 통해 재기하겠다며 스스로 꾸린 비대위마저 오만하면 수권 자질만 더 의심받는다. 더구나 자중지란인 통합진보당 내 종북세력이 후안무치한 행동을 일삼는 것도, 또 그들의 국회 입성을 터준 것도 민주당의 과오라는 점을 깊이 생각해볼 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