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100일을 넘기면서 그 실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학교폭력은 아픈 추억일 뿐이고, 그 상처도 아물어야 할 단계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같은 반 친구들의 폭력에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을 계기로 종합대책이 만들어지는 와중에도, 또 시행되고도 광주와 영주에서 또래의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0대들의 잇따른 잔혹사건이 며칠 전까지 사회를 들끓게 했다. 결코 나아진 기미조차 보기 어렵다.
학생들의 난폭한 행동은 오히려 단속과 법망의 틈새를 파고들어 더 교묘한 폭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생한 증언이 줄을 잇는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한결같이 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하소연한다. 인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결여된 학생들이 인권을 철없이 둘러대고 앞세우니 생활지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교사의 존재감과 학교의 위상은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황에서 학교폭력 근절 논의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때마침 학교폭력 실태를 있는 그대로 들춰낸 상징적인 사건이 16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한 관련 행사장에서 벌어졌다. 경남 김해에서 올라온 한 여고생이 자신의 동생이 지난 2년간 학교폭력에 시달렸다며 눈물의 탄원을 한 것이다. 코뼈가 부러지는 폭행 후유증으로 한 달 보름째 학교를 기피하는 동생의 사연을 청와대, 경남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렸으나 원만한 처리를 종용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고생의 행동이 다소 돌발적이긴 하지만 그의 고발 내용은 여느 대책을 능가하는 폭발력을 지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폭력 처리도 문제이거니와 이 여고생이 제기한 민원의 흐름상 믿을 만한 구석이 없다. 일선학교에서부터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안이함이 그득하다. 실상 파악과 함께 고발 만류 과정에서 학교나 담임이 퇴학 운운했는지 여부도 따져보기 바란다.
학교폭력 근절은 쉽지 않은 과제다. 성장기의 생태적 본능과 그들만의 본연의 심리적 현상, 독특한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잘못에 대한 엄정한 법적 잣대가 필요하다. 관련 법을 정비해서라도 신상필벌의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인성교육을 교과목으로 채택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제어할 만한 장치 확보가 시급하다. 교장은 학교폭력에 직을 건다는 선언을 하고, 최소한 국무총리 정도는 관련 회의나 현장점검을 총괄해야 대책이 헛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