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서 시작…광교신도시 별내·흥덕지구 등으로 확산
개성·수익 보장되는 실속형 단독으로…고전적 단독 대변신
점포겸용 단독용지 불티…평당 500만원대 분양 가능
“요즘 여유 있는 주부들의 로망이 뭔지 아세요? 조용한 도시 인근 택지지구에 상가 딸린 단독 한 채 지어 1층에 바리스타 커피전문점을 내서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2층 다가구는 전월세 놓는 겁니다. 개성도 살리면서 여유도 즐기고 수익도 얻을 수 있어 일석삼조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엔 항상 흐름이 있고 리듬이 있는 법.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호화, 사치, 부(富)의 상징이던 단독주택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널따란 정원에 고급 석재나 대리석 등으로 지어지는 솔로(solo)형 단독주택은 이제 뒷전으로 물러앉았다. 그 대신 1층은 상가나 필로티, 2~3층은 셋집, 4층은 주인 살림집으로 활용하는 상가 낀 단독주택 신축이 대유행이다. 개성적인 외관에 여러 가구가 한데 어울려 살 수 있는 이른바 상가(점포), 다가구형 단독주택 건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도 수도권 중심에서 부산 등 지방권까지 크게 확산되는 추세다. 과시욕보다 실속을 챙기고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시대적 흐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불황과 부동산 경기 장기침체가 가져온 실용적 자산운용의 변화이기도 하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에 따른 노후 소득 확보, 급진전되는 소(小)가구화, 급증하는 전월세 수요 등도 이 같은 단독 신(新)트렌드를 강하게 당기는 요인이다.
단독 변신의 원조 격인 판교신도시에서 만난 이순구(54) 씨는 “코밑에 바짝 다가온 퇴직, 여유자금을 이리저리 굴려보지만 시원치 않다”고 실토했다. 금리는 물가상승률을 밑돌고 쥐꼬리만 한 이자는 푼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금리의 후순위채를 겨냥했지만 그마저 무더기 저축은행 퇴출 등으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지난해 투자자문사를 통해 이익을 많이 얻었지만 물 좋은 시절은 지나고 줄줄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돈이 흐르는 맥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커피점 딸린 상가주택짓기 바람이 거센 판교 신도시 카페거리. 3-4층 규모의 아담한 고급스런 상가 주택들이 도시미관은 물론 개인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호시절이던 부동산도 장기불황으로 묻어두기식 투자가 통하지 않는다며 현재와 같은 투자환경에서 안정적인 수익과 자산보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게 상가 및 다가구형 단독주택이라고 판단, 5억원을 투자해 과감히 신축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판교신도시 탄천변 수변공원 조망권에는 이 같은 단독이 ‘카페골목’을 형성할 정도. 지난 2010년부터. 80~120평 정도의 단독용지에 3층 규모로 지어진 단독들이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과 외장재로 치장한 채 대거 들어섰다. 카페베네, 초콜릿커피 등의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잇달아 자리를 잡았다. 노출 콘크리트와 벽돌로 외관을 마감한 상가 주택 등 고급스런 단독 70여 동이 카페골목과 먹자골목을 가득 채울 정도다.
건설엔지니어 김모(55) 씨는 “11억원 정도를 들여 3층 규모의 주택을 짓고 임대 놓으니 투자비용을 빼고도 2억원 정도가 남았다”며 아내가 더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같은 바람은 주변 흥덕지구와 남양주 별내, 광교신도시로 번지고 있다. 태광골프장을 끼고 있는 흥덕지구의 경우 올 초만 해도 서너 채에 불과했던 다가구형 단독주택이 현재 30여 채로 불어났다. 공사현장만도 15곳 정도다. 일당 8만~15만원 선의 잡부 및 전문기능인력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함바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일요일도 아침식사 인력이 200명에 달할 정도로 공사현장이 급증했다”며 올해까지 70여 동이 지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상가 및 다가구형 단독주택 건설 붐은 택지지구 내 용지 매각실적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2008년 2884필지에 불과했던 단독용지 매각실적이 2010년에는 5644필지로 배 이상 증가했고, 2011년에는 총 6833필지가 팔려나갔다. 그야말로 급증세다. 올해에도 증가세가 지속돼 4월 말 현재 950필지가 매각된 상황이다.
LH공사 김양수 판매기획처장은 “주택시장이 안정되면서 본인이 거주하며 일정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독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월세 수요 증가, 베이비부머 은퇴, 개성 있는 주택 니즈 등의 여파로 이 같은 단독주택 인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ch10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