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벌이던 김영환 씨가 3명의 동료와 함께 랴오닝(遼寧)성에서 체포돼 구금된 지도 벌써 50여일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금껏 그에 대해 한 차례의 영사 접견만 허용했을 뿐 가족들이 추가로 요청한 변호인 접견이나 전화 통화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국가안전위해죄’ 혐의를 씌우고 있지만 직접적인 체포 이유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중국 당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외국인을 부당하게 격리시킨 채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다. 과거 주체사상 이론가로서 몰래 북한에 들어가 김일성 면담까지 했을 만큼 열렬한 친북 운동권이었던 김 씨가 되레 북한의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그의 신변처리 문제를 중국에 요청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김 씨가 평소 상대적으로 친중국 인사로 평가받고 있었는데도 반체제사범 혐의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어딘가 미심쩍다. 중국이 북한의 요청으로 그를 체포하기는 했지만 마땅한 혐의를 찾지 못함으로써 아직 수사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만하다.
김 씨의 석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다. 문제가 외부로 드러난 상태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및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졌는데도 이 문제가 한마디도 거론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을 위한 정부의 관심이 그토록 미온적이라면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그는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수행하고 있었다. 그가 한국 정부에 대해 외교적 지원을 거부했다는 얘기도 들려오지만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청와대나 외교부의 면피성 해명이 아닌지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민간 차원의 노력이 끊이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우선은 국제적으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관련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미 유엔과 앰네스티, 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등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도 머뭇거리고 있을 게 아니라 중국 측과 협조를 통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실을 사실대로 공개하고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 정부의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