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상품 발행규모 사상최대
투자자 분쟁 확대 가능성도
당국 시장감시 강화는
탐욕 경계하는 최소한의 장치
지난 3월 미국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대형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고객을 등한시하는 경영 행태를 고발한 전 임원의 양심고백으로 큰 수모를 당했다. 전 임원이 사내 e-메일을 통해 “고객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회사가 보유한 애물단지 주식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등 탐욕스럽게 회사의 영리만을 추구하는 악덕 기업에서 더 이상 근무할 수 없다”며 양심고백을 한 것이다.
물론 이번 건은 금융회사가 고객의 이익을 저버리고 자사의 영리를 추구한 하나의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필자는 대다수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다양한 신종 금융상품들이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금융회사와 고객의 이해가 상충돼 단순한 불만을 넘어 법적 분쟁으로 진행되는 일들이 종종 생겨난다.
파생결합증권의 발전으로 주가지수, 개별 주식종목의 가격, 환율, 원자재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신종 금융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은 일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복잡하고 난해한 수익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해 자신의 이익이 제대로 보장되는지 여부를 알기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주가연계증권(ELS)에서의 투자자 분쟁을 들 수 있다. ELS와 관련한 여러 건의 민사사건이 현재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1심 판결은 승소와 패소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가일에 헤지(hedge) 운용을 담당하는 트레이더가 거래 종료 전 10분 동안 기초자산을 대량으로 매도한 것이 시세조종 행위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헤지 거래인지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사분쟁과 함께 ELS 시세조종과 관련된 형사소송도 4건이나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9년 ELS 기초자산 가격의 이상급락 현상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감시 시스템에 적발됐고, 금융당국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단계를 거쳐 몇몇 트레이더가 기소되기도 했다.
검찰은 거래 종료 전 10분 동안 이뤄진 트레이더들의 대량매도 행위가 시장가격 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쳐 투자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해쳤다고 보고 있다. 반면 트레이더들은 장 마감 전 대량매매 행위가 통상적인 투자기법으로서 ELS의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매매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특히 올 들어 ELS가 중위험ㆍ중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로 커짐에 따라, 이를 둘러싼 투자자 분쟁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향후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법원의 판결은 금융회사와 고객의 이익이 상충될 수 있는 민감한 시점에서 트레이더가 앞으로 준수해야 할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ELS에 대한 시장감시 강화를 규제주의적 발상이라거나, 금융상품의 혁신을 저해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장감시위원회는 감시를 위한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고객의 이익을 해치는 지나친 탐욕을 경계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객을 저버리고 시장의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트레이더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