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의 결혼식 여운이 길다. 청첩장도 없었고, 평범한 신부 드레스에 결혼반지는 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대신 사랑과 정열을 뜻하는 루비로 장식됐다. 화려한 꽃단장도 찾아볼 수 없었고 필요한 음식은 동네 단골식당에서 배달시켜 차렸다. 가족과 지인, 신부의 친한 친구 등 초청받은 90여명은 영문도 모른 채 그의 집 뒷마당으로 안내를 받고서야 자신들이 결혼 하객임을 알았다.
창업 8년 만에 기업공개(IPO)로 200억달러(약 22조원)를 벌어들인 세계 29위 억만장자의 결혼 풍경이다. 신부는 9년 연애 상대이자 하버드대 동창인 중국계 미국인 프리실라 챈으로 며칠 전 의대를 졸업, 의사의 길을 가겠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하버드대 내 작은 창고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최첨단 비즈니스로 현실화하기 이전부터 연인 사이였던 이들의 더 놀라운 면은 기부천사라는 사실이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그렇듯 ‘존경받는 부자’가 무엇인지 일찌감치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소탈한 결혼식은 우리 사회에 울려퍼지는 경종이다. 결혼식이 자기과시와 위세의 상징으로, 뒤집으면 허례허식의 대명사로 둔갑한 지 오래지만 좀체 시정이 되지 않는다. 평범한 결혼식에도 양가 합쳐 수억원이 든다니 아찔해할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호화결혼식이 문제다. 일부 부유층의 그릇된 예식문화는 일반의 모방심리를 부추기고 번번이 다수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겨준다. 국민의 77% 정도가 우리 사회의 호화사치 결혼문화를 걱정하고 84%가 경조사비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7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투기 등으로 돈독이 오른 이른바 졸부들이 주도한 허세 뻗친 호화결혼식은 이제 청산돼야 할 문화다. 이런 것을 두고 천박한 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이다.
티셔츠에 청바지, 전셋집을 오가며 오로지 일에만 몰두해온 저커버그의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는 참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정부도 팔을 걷고 나서겠다고 하니 개선효과가 없지 않겠지만 우선은 국민 개인의 의식의 문제이다. 희망의 홀씨를 흩뿌리는 젊은 사업가 저커버그가 보여주는, 부와 권력 그리고 명성은 곧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우리 사회에 큰 교훈으로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