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내 신당권파가 당 안팎의 종북주의 의혹과 패권주의 청산에 과감히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당의 노선과 정책까지 대대적으로 정비해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대국민 소통도 하겠다며 23일 ‘새로나기특위’라는 것을 구성했다. 이 특위의 최대 목표는 재창당 수준에 버금가는 혁신과제 도출이라고 한다. 한 정파로서 살아남으려면 가장 시급한 일이 구당권파의 그림자까지 지워내는 것이란 점을 제대로 파악한 결과로 해석된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의 청산이고, 말대로라면 ‘진보에 의한 진보의 재구성’이라 할 만하다.
누가 뭐래도 지금 통진당은 스스로에 의해 존재가치 상실이라는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부정선거라는 여론의 뭇매도 악재지만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의 비민주적인 작태, 이에 대한 검찰의 칼날, 또 이를 막아서는 통진당의 자세 등이 얽히고 설켜 점입가경이다. 국민적인 의혹 역시 부정선거보다 종북주의 행태와 해당 인사들의 정체성 등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실정이다. 그들의 이념적 한계선이 어느 위치인지 또 그동안 어떤 내력을 지녔는지 낱낱이 밝혀내자는 것이 대세적인 흐름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구당권파 인사들은 종북에 대한 물음에 똑같이 동문서답하거나 입을 잠그고 있다. 이 당의 이상규 당선인(관악을)이 엊그제 한 방송에서 북한 문제, 즉 인권ㆍ3대 세습ㆍ핵에 어떤 입장이냐고 세 번이나 반복된 물음에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이 당선인은 4ㆍ11 총선 직전 야권단일후보 선출 과정에서 보좌관의 여론조작 시도가 들통나 중도하차한 이정희 전 대표 대신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북한의 핵심 사안에 대한 이런 태도는 비단 이 당선인만이 아니다. 이 전 대표,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인 등도 약속이라도 한 듯 유사했다.
이런 현상을 버젓이 두고 통진당이 새로 나겠다고 한들 일반의 믿음을 얻기 어렵다.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다. 진정한 진보세력의 정치화까지 원천적으로 막고 보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정치 지형상 옥석구분하고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깨끗하고 진실한 진보를 추구한다면 일반의 인식 또한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과거 낡은 정치보다 새로운 정치 질서를 바라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지난 총선에서도 잘 나타났다. 겉 분위기만 보고도 200만명이 통진당을 지지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당원명부가 압수당하자 “심장을 빼앗겼다”며 통분하는 식이면 의혹만 키울 뿐이다. 떳떳하지 못함부터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