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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법원 결정 없이 수술받으러 간 최시중씨
엊그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심리 법정은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했다. 구속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바로 그 시간에 이미 당사자는 병원 수술대에 누워 혈관수술을 받고 있었다. 재판장이나 변호사조차 뒤늦게서야 이 소식을 전해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라면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코미디라고 생각하면서도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다. 특별대우 의혹과 관련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는 것도 당연하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서가 접수돼 서울구치소장이 직권으로 내린 결정으로 법적인 문제는 없다지만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더욱이 수술을 이틀이나 앞두고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내려진 결정이었다.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도 구치소장이 전적인 책임을 지고 판단을 내렸다고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 최 전 위원장이 현 정부의 실세였다는 점에서 구치소를 관할하는 법무부나 핵심 권력층으로부터 여전히 비호를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심증이다.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고 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재판부에조차 통보되지 않았다는 점도 유감을 넘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구치소장에게 수감자의 건강 문제와 관련하여 재량권을 허용한 것은 시간을 다투는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예외적 조치임은 물론이다. 돌발적으로 출혈을 일으키거나 발작상태에 처해서도 일일이 법원의 절차를 기다려 병원으로 이송하게 된다면 자칫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 전 위원장의 경우 고령에다 심장 혈관이 기형이어서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지껏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그가 검찰에 구속되면서 비로소 수술 문제가 나왔다는 점에서 며칠을 더 견디지 못할 만큼 위급한 상태였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다른 수감자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일반 수감자들로서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감자가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제출하면 구치소장이 비슷한 판단을 내려주겠느냐 하는 질문도 제시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권력층 주변 인물이나 재벌 경영인들이 수감됐을 경우 똑같은 결정으로 특혜를 주는 전례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걱정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대한민국 법전이 휴지가 돼버렸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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