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모호함이 끝없다. 안 교수는 30일 부산대 강연에서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이 나를 통해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지지의 본뜻을 파악하게 되면 정확하게 말하겠다”고 했다. 또 “정치를 하게 되면 나를 통한 사회적 열망에 어긋나지 않도록 계속 질문을 던지는 중”이라고 했다. 대권 도전을 할지 말지 여전히 고민 중이고, 추이를 봐가면서 이때다 싶으면 결정하겠다는 의미 더도 덜도 아닌 것으로 들린다.
안 교수는 그동안 주로 전남대ㆍ경북대 등 대학 특강을 통해 정치ㆍ사회ㆍ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때마다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들을 그 특유의 담담함으로 녹여내 많은 박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듣기에 거북하지 않고 말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그의 이런 행보는 그가 갖는 정치적ㆍ사회적 비중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한가해 보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안 교수는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수개월째 유력 대권주자로 각인된 공인 중의 공인으로 자리매김한 처지다.
그렇다면 응당 국민 다수가 알고 싶어 하는 내용, 특히 대선 출마, 남북 문제, 한ㆍ미 FTA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해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뚜렷하고 분명하게 내보여야 한다. 싫든 좋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더라도 민감 사안에 한참 비켜 있는 안 교수의 모습은 떳떳하지도 온당치도 않아 보인다. 대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지도자가 비전과 포부를 있는 그대로 들춰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이번 강연에서 보인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입장 역시 정곡을 피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북한이 보편적인 인권이나 평화 문제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면서 “진보 정당이라면 인권, 평화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야 하는데, 이런 잣대가 북한에 대해서만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 교수 정도의 입장이라면 이번 사태를 불러온 정치권의 책임 여부, 그에 따른 해법까지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종북세력의 문제에 지도자급 인사가 그저 남의 얘기 하듯 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 안 교수는 더 이상 안마당만 오가며 좌고우면할 것이 아니라 들판으로 나와 당당하게 국가 지도자로서의 국민적 검증을 받을 자세를 취하기 바란다. 선문답도 너무 길면 일종의 스트레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