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임수경 의원의 막말이 부끄럽고 어처구니없다. 임 의원은 지난 1일 한 탈북 대학생에게 ‘근본 없는 탈북자 ××’ ‘변절자 ××’ ‘북한 인권인지 뭔지 이상한 짓’ 등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들을 쏟아냈다. 또 한때 자신과 학생운동을 함께했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는 “개××, 내 손으로 죽여버린다”는 욕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뒷골목 잡배들보다 못한 천박하고 저급한 처신이 우선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임 의원 사고 저변에 깔린 뿌리 깊은 종북적 사고다. 임 의원이 변절자라며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낸 하 의원은 청년 시절 주사파에 몰입해 있었다. 하지만 소련의 붕괴와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은 그 반대편에 서서 북한 민주화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또 대부분 탈북자들은 북한의 공포정치와 경제적 궁핍, 인격 말살을 견디지 못해 남으로 내려왔다. 그렇다면 임 의원이 말한 변절자는 누가 누구를 배신했다는 것인가. 임 의원은 하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간 것이라고 급히 해명했지만 앞 뒤 말의 맥락을 보면 북한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북한 당국자들이 할 소리를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대신 하는 기막힌 세상이 된 것이다.
임 의원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밀입북, 평양에서 개최된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해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을 만나면서 통일운동가들 사이에 유명세를 탔다. 민주당이 그에게 국회의원의 길을 열어준 것은 북한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새롭게 하고, 나아가 통일의 밑거름을 닦아보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임 의원은 낡아빠진 종북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탈북자와 북한 인권운동가들을 배신자로 여기는 이념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시대착오적 생각으로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안위를 염려하는 국회의원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탈북자를 변절자로 여기고, 북한 인권운동을 이상한 짓으로 여기는 종북주의자가 정치권에서 활개를 치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국회에도 이미 다수가 진입, 정치세력화를 위한 교두보를 구축한 상태다. 통합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이 부정선거를 하고도 버티고 있는 것은 교두보 지키기의 일환이다. 그 책임의 일단은 당연히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임수경 막말 사태’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여기에는 당내 주사파 정치세력의 실체에 대한 대책을 포함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