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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또 검증 없는‘까막눈’大選을 원하나
12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 검증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총선으로 이미 상반기를 소모한 뒤여서 대선 일정은 더 촉박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런던 올림픽에 여름철 무더위, 변화무쌍한 기후 등 장외변수가 정치적 무관심을 키울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상황이 촉박한데도 대선정국은 한가롭기만 하다.

당헌대로라면 새누리당은 대선 120일 전인 8월 21일까지, 민주통합당은 180일 전인 이달 22일까지 후보를 확정 짓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새누리당은 경선 룰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물론 유력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면 상황은 급하게 달라질 수는 있다. 늦어도 여당답게 9월 이전에는 후보를 확정 짓는 것이 순리다.

민주당은 당권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일단 흥미를 자아내나 대선후보군인 문재인 상임고문이나 김두관 경남지사 등 그 누구도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열린 안철수 서울대 교수 역시 상식 밖의 좌고우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내 경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안 교수와 연대, 최종 후보를 내겠다는 속내지만 그럴수록 후보 결정 시기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꼬일 경우 서둘러도 11월은 돼야 한다고 한다. 이러면 후보 검증은 물 건너간다.

앞선 두 번의 대선도 늑장을 피우다 검증다운 검증 없이 치렀다. 2002년 민주당은 조기에 노무현 후보를 정해놓고도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와의 통합경선에 집착하는 바람에 늦어졌고, 2007년 역시 통합민주신당은 고건 전 총리의 고공 지지율을 탐내다 10월에서야 정동영 후보를 확정하고도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최종 단일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 협상은 실패하고 귀한 시간만 허비했다. 결국 유권자도 후보자도 손해를 봤다. 우리보다 한 달 정도 일찍 선거를 치르긴 하나 이미 대선후보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간 미국 대선은 본받을 만하다.

대선은 나라의 장래가 걸린 국가 대사다. 후보와 공약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귀한 가치를 지닌다. 필요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도 나서서 조기 후보 선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강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라도 검증과 그 과정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두 번이나 되풀이된 ‘묻지마’ 내지는 ‘까막눈’ 선거 결과는 큰 교훈을 남겼다. 더 이상 애꿎은 국민들에게 그 폐해를 떠안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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