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32년 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높은 실업률, 낮은 경제성장률, 치솟는 에너지 가격 등 현재 미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가 레이건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980년 당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레이건이 집권한 후 불황 타개책으로 시행한 정책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소통과 타협의 토대위에 국민과 정치권의 협조를 이끌어냈고, 둘째, 투자촉진을 위한 법인세 율 인하와 소비를 늘리기 위한 개인소득세 감면을 도입했으며, 셋째, 규제완화와 재정지출 감축 즉, 정부 역할을 줄이는 작은 정부로 민간부문을 활성화했다.
레이건의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집권 8년 동안 미국경제는 꾸준히 성장했으며, 16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주식시장이 2000년까지 호황을 누리는 토대를 마련했다. 실업률은 7.0%에서 5.5%로 하락했고, 연간 인플레이션은 10.4%에서 3.8%로 안정됐다.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대에서 퇴임당시에는 60대로 상승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1980년 레이건 집권 당시와 비슷하다. 또한 올 연말에 대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같다. 다만 두 나라 대선 주자들이 내거는 경제정책만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레이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2월을 기점으로 미국에선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사건건 대립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과 공화당이지만, 통합과 화합을 위해 ‘초당파’를 부르짖었던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만은 한 목소리로 칭찬 일색이다.
동시에 ‘레이거노믹스’로 명명되는 그의 경제정책도 빛을 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 상공회의소를 방문, 법인세 인하를 시사하며 경기 부양에 기업인들이 협조할 것을 주문했다. 결국 기업을 인정해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 성장도 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최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밋 롬니 진영도 레이건과 같이 높은 실업률과 재정적자 등 경제 이슈 해결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선 주자들은 레이거노믹스에 역주행 중이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을 챙기는 정책을 내놓는 후보가 없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성장’이라는 말 자체를 금기시한다. 성장을 이끈 재벌 해체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기업과 부자의 세금을 올리고 ‘무상복지’를 늘리는 등 반기업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
친기업 성장정책인 레이거노믹스는 일자리가 창출되고 성장 과실의 공정한 배분이 이뤄져야 지속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의 ‘기업프렌들리 정책’도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 정치권은 미국과 달리 성장은 뒤로 한 채 복지에 도취돼 있다. 국내외 경제 환경을 감안할 때 대책 없는 무상복지정책보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 과실의 공정한 분배가 뒷받침되는 성장정책이 필요한 때다. 일자리와 복지재원은 성장을 이끄는 기업으로부터 나온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공정한 분배를 전제로 한 친기업 성장정책으로 승부하는 대선 후보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 박상근(세영세무법인 고문ㆍ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