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책동이 도를 넘고, 특히 북측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가 점차 노골화하자 군이 사이버 전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한다. 사이버사령부 조직을 확대, 인력도 500여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고, 책임 지휘자를 준장에서 소장으로 격상한다는 것이 요지다. 그런데 바로 1년 전에도 사이버 전력 전담인력을 똑같은 수로 늘리고 정보사령부 예하부대인 사이버사령부를 국방부 직할부대로 확대 개편하는 등의 유사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를 불문하고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너무 늦고 안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산문제든 다른 사연이든 작년 그 수준에 맴돈다면 의지박약으로 볼 수밖에 없다. 30조원대를 훌쩍 넘는 한 해 국방예산 규모를 감안하면 증강 내용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사이버전은 제5세대 전쟁답게 화염과 소음 없이 일거에 모든 것을 잃거나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중국 등도 국가적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나라만 IT강국이고 국방은 아날로그라면 속 빈 강정이다. 권력교체기를 틈타 북한은 보란 듯이 갖은 협박과 대남 선동에 열을 올린다. 안보 리스크가 이보다 더 첨예한 적도 보기 드물다. 그런데도 정부와 군 당국의 자세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 2009년 9월 청와대 및 정부기관의 인터넷 사이트가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작년 4월 농협 전산망이 해킹당했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4월 “3~4분 이내 아니 그보다 짧은 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 수단과 우리만의 방법을 써 특별활동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그게 공갈 협박이 아니었다. 최근 공항 주변 GSP(위성위치확인시스템) 교란 전파 발생도 있었다. 말이 추정이지 죄다 북의 소행이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사이버 전력은 세계 3위권이다. 20년 전부터 영재에서 대학까지 일관교육 시스템이다. 김일성대, 김책공대, 평양컴퓨터기술대 등은 중국과 교류를 통해 사이버 기술의 글로벌화를 현실화하고 있다. 3000명 이상이 정찰총국 소속 전자정찰국 사이버전 지도국(121국) 배속으로 김정은의 직속부대다.
전력ㆍ가스ㆍ원자력ㆍ교통망ㆍ상하수도ㆍ금융ㆍ항공 등 사회 전반이 죄다 해킹 또는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된다. 국가기간시설 보호를 위한 사이버보안법 등을 시급히 제정하되 국방 예산이 빠듯하다면 불요불급한 SOC 예산부터 과감히 줄여 군의 사이버 전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