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의 60% 이상이 지난해 10월 박원순 시장 체제 이후 물갈이됐다고 한다. 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제외되고 대신 주로 박 시장이나 측근들이 속했던 진보단체들이 새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특히 홀대 대상이 된 것은 탈북자 지원, 안보교육 등 북한에 다소 비판적인 사업을 해온 단체들로 11곳 중 단 2곳만이 남았을 뿐이라고 한다.
올해 서울시가 지원하는 시민단체는 138곳으로 소요 예산은 21억3800만원에 이른다. 겉으로는 지난해와 동일하나 그 내역은 판이하다. 갑작스럽게 지원이 중단된 단체들의 명칭만으로도 그 사연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북한인권시민연합’ ‘탈북자동지회’ ‘북한인권학생연대’ ‘열린 북한’ 등 대부분 북한의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처사를 고발하고 시정하려 노력해온 자발적인 단체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 단체 대신 새롭게 서울시와 거래를 튼 경우는 ‘희망제작소’ ‘좋은 학교 만들기 학부모 모임’ ‘한국YMCA전국연맹’ ‘좋은 씨앗’ 외에도 다수가 있다. 박 시장이 직접 만든 희망제작소는 연간 2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박 시장의 보좌관을 비롯해 일부 비서진이 희망제작소 출신이다. 서울시 측은 매년 시정과 밀접한 사업 위주로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새로 선정한 결과일 뿐 인위적인 정리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배제된 단체들은 올해 3월 공모과정에서 보수, 특히 반북한 성향의 사업 영역이 포함될 수 없도록 아예 의도적으로 틀을 짠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탈북자동지회’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외국어 교육을 실시해 최고인 탁월등급을 받고도 탈락했고, 북한인권운동가 출신으로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대표로 있던 ‘열린 북한’도 우수등급인데 역시 제외됐다. 대신 시 정무부시장 등 시장 측근인사들이 대표를 맡았던 ‘한국청년연합’ 서울지부가 3000만원 지원 대상이 됐다.
이는 누가 봐도 형평에 어긋난다. 제아무리 양질의 행정일지라도 앞뒤 궤가 맞지 않으면 당위성을 잃게 된다. 더구나 소탈함과 소통을 중시한다는 박 시장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따금 시민운동가 티를 못 벗어 통합적 리더십 결여라는 핀잔과 비판이 공연한 게 아니었음이 또 입증된 셈이다. 시민단체의 본질은 권력의 우호세력이 아닌 비판과 견제를 통해 그 남용을 막는 것임을 똑바로 알기 바란다. 수도 서울의 편 가르기 시정이 볼썽사납고 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