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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힘잃은 검찰, 공명 정대함 어디갔나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탓일까
몸통 밝혀낼 듯 의기양양하더니
비리 의혹수사 죄다 흐지부지
법·원칙 지킬때 비로소 존재가치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을 바라는 게 지나친 욕심일까. 정의의 여신 ‘디케’의 칼과 저울로 상징되는 검찰이 의심받고 있다.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으로 고발된 이 대통령 등 7명을 모두 불구속 처분하면서 힘 앞에 균형을 잃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배임과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지만 결과는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사저ㆍ경호동의 전체 9필지 가운데 사저용 3필지 대금으로 11억2000만원을 부담해 세무신고 기준으로 6억여원의 혜택을 얻었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여론이 들끓는다. 검찰은 그린벨트에 세워질 경호동의 지목이 나중에 대지로 바뀌면 땅값이 오르게 되니 미래 수익을 고려해 시형 씨 부담을 낮춰준 것이라는 청와대 측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다. 하지만 국가 이익을 미리 시형 씨 개인에게 나눠준 것과 다름없는 거래에 대해 책임질 이가 없다는 수사 결과에 공감하는 쪽은 많지 않다. 내곡동 터를 시형 씨 명의로 구입한 것이 명의신탁이 아니라는 결론 역시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오죽하면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마저 “나라도 믿기 어렵다”며 특검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수사 내용대로라면 정연 씨는 미국에서 환치기 수법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 확실하다. 아파트 구입자금 13억원의 출처를 캐는 수사도 필요하지만 검찰은 정연 씨에 대해 서면조사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의 현직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를 서면조사로 갈음했듯이 전직 대통령의 딸도 서면조사를 하는 것으로 절묘한 균형을 맞췄다.

정치권력이 힘을 발휘하는 정치의 계절이기 때문일까. 검찰 수사는 힘을 잃었다. 몸통을 밝혀낼 듯 의기양양했던 수사들도 죄다 흐지부지 끝나고 있다.

파이시티 비리 의혹 수사가 그렇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사업 인허가 청탁 대가로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각각 8억여원, 2억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국민적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뭔가 더 있을 법한 코스 요리가 중단된 느낌이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자금세탁에 도움을 준 사람으로 지목된 이동조 씨가 출장차 중국으로 떠났다가 귀국하지 않고 있어 추가 비리 의혹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씨가 귀국하지 않는 한 수사를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검찰로서는 사건 규명에 열쇠를 쥔 증인의 출국을 허용하는 등 출입국 단속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법치주의 국가는 검찰이 기수가 돼야만 실현할 수 있다. 말로만 법치주의를 외치는 것으로 비친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권력의 힘을 의식하는 듯한 수사는 지양해야 한다. 법과 원칙대로 칼을 휘두를 때 비로소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중국 문화혁명기에 중국 검찰이 인민재판을 받아야 했던 가까운 과거 이야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의 계절을 맞아 검찰은 디케의 칼과 저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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