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점휴업이 염치없이 길어지고 있다. 대선 움직임이나 각 당 내부 문제만 부각될 뿐 ‘국회’라는 명판은 간 곳이 없다. 임기 시작 보름을 넘기고 개원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을 고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고작 당선 자축 연회와 호화 의원회관 준공기념식, 그리고 개원식에 얼굴 내민 대가로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첫 세비를 챙기는 19대 국회다. 어디 세비뿐인가. 보좌진 인건비 등 제반비용까지 의원 한 명당 월 5000만원, 전체 300명을 합치면 6월 한 달 150억원의 혈세가 이런 국회에 투입된다.
19대 국회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해머에 전기톱에 최루탄까지 터뜨리고 6000여건의 법안을 휴지로 둔갑시킨 18대 국회가 남긴 정치적 염증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이라는 것도 구실이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정략적인 밥그릇 싸움이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든 야든 또 무슨 상임위가 중요하든 민생을 보듬는 그런 정치를 기다리다 지친 민심이다. 대선 분위기에 접어들수록 제 갈 길 가기에 바쁠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6개월씩이나 늑장 개원한 전임 국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에 민심은 착잡할 따름이다.
그나마 눈길을 끈 새누리당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결국은 말로만 그칠 공산이 크다. 이달부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자체적으로 적용하겠다지만 법 개정 없이는 일과성 쇼맨십에 불과하다. 그 책임은 이를 대놓고 힐난하는 민주통합당이 더 크다. 야당 역할보다는 대선용 자가발전에 급급한 모습이 한심스럽다. 종북 논란의 장본인인 통합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비례대표 의원 퇴출에 대해 현행법 적용 운운하면서도 자진사퇴로 슬근슬쩍 꼬리를 낮추고 있다.
이러니 정치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엊그제 산업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8위로, 기업가와 전문가 부문에서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훨씬 앞섰으나 정치ㆍ행정관료 부문의 경쟁력은 최하위권인 30위에 그쳤다. 생산적인 정치와 과감한 규제 해소만 된다면 국가경쟁력은 훨씬 좋아질 것이다. 더구나 대선을 의식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기업 활동을 옥죌 때가 아니다. 대공황 수준의 위기부터 넘겨놓고 고민해도 늦지 않은 사안이다. 오히려 기업에 기를 불어넣고 더 키워 미래 유망산업, 즉 성장동력을 견실하게 해야 한다. 정치와 관료 사회는 퇴행일로의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