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폭염으로 전력 수급이 연일 아슬아슬하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오랜 가뭄이 겹치면서 전력수요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엊그제 오후 전력수요는 6698만KW까지 올라갔고, 예비율은 6%대로 뚝 떨어졌다.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전력수요는 지난주에 비해 150만KW 이상 늘었다.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 21일 정전 대비 위기 대응훈련이 급기야 민방위훈련을 대체할 지경에 이르렀다. 예비전력이 200만KW 미만에서 60만KW까지 떨어지는 것을 가정한 훈련으로 100만KW 미만이면 작년 9월 15일 대규모 단전사태가 불가피해진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복더위 때 예비전력이 150만KW 이하로, 올겨울 혹한기에는 ‘심각단계’인 93만KW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안정적 예비전력 수급선 400만KW와 비교하면 아찔하다. 예비전력이 바닥나는 블랙아웃(대규모 동시정전) 사태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최소 11조600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특히 8월 3, 4째 주(12~25일) 최저 예비전력이 147만KW까지 떨어질 수 있다니 범정부 차원에서 나설 문제다.
당국은 대국민 홍보에 더 정성을 들이기 바란다. 블랙아웃을 엄포로 경고음만 울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당장 발전설비 확충이 답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에어컨 덜 켜고 전등 몇 개 더 끄자며 단속은 하되 양해부터 구하고 설득하는 것이 순서다. 십시일반 효과는 크다. 국민이 동참하면 100만KW 발전소 건설과 맞먹는다는 ‘국민발전소 건설운동’이 바로 그것 아닌가. 냉방온도를 1도 올리면 7%(50만KW), 냉방기기 사용량을 20% 줄이면 300만KW를 절약할 수 있다. 일본은 대지진 이후 전력 15%를 줄이자며 정부가 나서자 국민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목표에 10%를 더 보탰다고 한다. 30도 이상 폭염을 참고 견딘 결과다.
최근 5년 사이 전력소비 증가율은 31%대로 1% 안팎인 미국,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된다. 1인당 전력소비량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반면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싸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하다. 우리에 비해 일본은 2.8배, 미국은 1.3배나 비싸다. 100원에 생산해 87원에 파는 셈이다. 비싼 수입 유류로 값싼 전기를 만드는 꼴이다. 블랙아웃으로 인한 고통과 손실보다 전기료 현실화가 더 유리하다면 머뭇댈 이유가 없다. 싼값에 펑펑 쓰고 보자는 소비풍조부터 바로잡는 것이 우선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