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원자력 관련법을 고쳐 핵무장 합법화 길을 터놓아 국제사회의 비난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일본 의회는 최근 ‘원자력 헌법’으로 불리는 원자력기본법에 ‘국가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항목을 추가했다. 평화적 목적 외에 핵을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 군사력 강화와 핵무장을 주장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아예 법으로 못을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일본의 핵 행보는 동북아 주변국은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실마리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북한 핵문제도 더 꼬이게 생겼다.
물론 관련법이 개정됐다고 당장 일본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전범국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일절 포기한다는 ‘평화헌법’이 건재하고 지난 1968년 발표된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고, 도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비핵화 3원칙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국제적으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돼 있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원천 차단돼 있다.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적지 않다. 아무런 국민적 합의와 논의 과정 없이 일부 극우세력에 의해 전격 처리, 일본 내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일본의 핵무장 관련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극우 보수세력은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와 중국의 군사대국화 등 동북아 안보 불안을 이유로 ‘평화헌법’ 개정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과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 등 ‘강한 일본’을 내세운 정치세력의 입지도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자위대가 1970년 이후 처음으로 도쿄 시내에서 전례 없이 무장 훈련을 실시했고, 사실상 해외 파병에 나서는 등 활동범위를 넓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게다가 일본은 핵폭탄 1만개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을 보유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장 대국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일본의 비핵화 정책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며 즉각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는 안팎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어렵다. 당장 관련법 개정을 철회,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국제사회도 더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부터 유감과 철회를 촉구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동시에 일본의 핵 군사대국화에 대한 대비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