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제약회사 신약개발
성공 프로젝트는 10% 불과
실패는 곧 성공의 길 인식
도전의욕 격려 문화 가꿔야
최근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은 미국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있으며, 세계 최초의 기술 개발 등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제 1등을 따라가기보다는 우리가 맨 앞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신기술과 신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에서 연구방향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연구ㆍ개발(R&D)의 실패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시장에서 선도자로 나서고 있는 기업들이 실패 없이 성공가도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R&D에 평균 40억달러의 예산을 소요한다고 한다. 그러나 최종 성공하는 프로젝트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10%의 성공은 90%의 실패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단순명쾌한 진리를 듣고 자라지만 나이가 들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간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실패는 손실, 피해, 책임추궁이 따른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크게 배우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R&D 과제는 실패가 바로 예산 낭비로 인식되는 사고가 강했다. 따라서 연구개발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적으로 연구하기보다 최소한 실패는 모면하고자 안전한 연구를 하는 관행적 문화에 흡수 동화되고 있다. 연구자들이 스스로 창조적인 해결책을 찾고 새롭게 실험하는 도전의욕을 격려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실패를 용인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지식경제부의 R&D 지원 정책도 성과 중심에서 실패를 인정해주는 도전적 R&D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다행이다. 과거 정부 지원의 R&D 성공률이 90%가 넘었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이 수치는 그동안 성공 가능성이 높은 R&D만 지원했다는 반증이다. 지식경제부는 R&D 지원 성공률을 2014년까지 50%대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또 연구과제의 기획 및 선정 단계에서 도전성을 평가하고 연구 수행 중 시장상황이 변화하면 상황에 맞춰 목표를 쉽게 상향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며, 연구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수행과정이 성실한 경우 페널티를 면제하는 등 도전적 R&D를 장려하고 있다.
요즘은 기업 간, 국가 간 기술격차가 많이 좁혀지고 모방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선진국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아야 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입장에서는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지만, 아무도 발 닿지 않은 신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역할은 실패의 위험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IBM 전 회장 토머스 왓슨은 “성공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실패의 속도를 두 배로 늘리는 일”이라고 했다.
연구실 간의 벽을 낮추고 도전적인 시도에 대한 실패를 중요한 자산으로 공유하며, 연구자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2012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전시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국민과 함께 R&D 연구자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R&D 기술들을 만나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