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섯번째 GISC 유치
기상 주권 확보한 쾌거
독자적 예보 분석 가능
관련 산업 발전에 큰 기여
우리나라 기상관측 기술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세계 최초이자 유럽보다도 200년이나 앞선 1441년에 측우기를 발명해 전국의 강수량을 측정하고 수자원을 관리한 기상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찬란한 역사와 전통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세계 기상자료를 받아 이용했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비싼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수치예보모델을 운용하고 있으나, 모델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초기 기상자료는 일본으로부터 전 세계 자료의 53% 정도만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그 사정은 이렇다. 1950년대부터 세계기상기구(WMO)의 ‘세계기상통신망(GTS: Global Telecommunication System)’이 운영되고 있는데, 일본과 중국이 지역자료센터로 등록돼 있고 우리는 그 하부의 통신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기상업무의 신경망인 GTS는 60년 가까이 지속돼온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반면에 대용량 자료에 대한 유통 제한으로 인해 고비용 저효율이면서 사용자 접근성 등이 매우 제한적인 폐쇄적인 통신망인 게 단점이다. 이에 따라 WMO 차원에서 최근 정보기술(IT) 발달과 더불어 기상정보서비스에 대한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또 기상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보통신체계인 WIS(WMO Information System)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WIS 개발의 중심에는 기술 혁신과 더불어 전지구 정보 시스템 센터(GISC: Global Information System Centre) 유치라는 핵심 과제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15개 ‘기상강대국’을 중심으로 GISC 유치를 위해 거시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세계기상기구는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4차 집행이사회에서 대한민국을 GISC 운영국으로 최종 승인했다. 독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6번째로 GISC 유치라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제 전 세계 WIS 센터 중 하나인 ‘GISC 서울’을 통해, 지구촌의 모든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할 수 있는 기상정보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일본이나 중국의 기상자료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집하게 돼, 비로소 기상정보의 주권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GISC 서울 유치로 세계의 기상자료가 집결돼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집중호우와 가뭄 등의 위험기상이나,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수치일기예보의 품질을 향상시켜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GISC 유치와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세계기상정보망 구축을 지원하는 국내 기상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전 세계 실시간 자료를 활용한 글로벌 기상정보 부가가치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상청의 2012년 화두는 ‘기상영토 확장’이다. 이를 위해 기상ㆍ정보통신 분야에서 WIS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발전시키고 확대시켜야 할 과제들을 갖게 됐다. 특히 WIS 기술을 토대로 하는 경제ㆍ산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 등 기상산업을 선진국형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국내 전문가를 WMO로 진출시키는 일 등은 우리가 조직적으로 추진해야 할 핵심 업무다. GISC 유치는 기상 분야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경제, 외교 등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