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몇몇 특정한 품목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농산물 전반에 걸쳐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니 결코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배추를 비롯해 무, 파, 고추, 참깨 등 밭작물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작게는 40~50% 안팎으로, 크게는 무려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라면 예년의 농산물 파동이 다시금 표면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우리는 거의 해마다 농산물 파동을 겪어왔다. 마늘 파동도 있었고, 고추와 양파 파동도 있었다. 2년 전에는 추석을 전후해 배추 값이 폭등함으로써 급기야 ‘금(金)치 파동’이 초래됐던 기억까지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농산물 파동이 지나가면 이듬해에는 반작용으로 오히려 공급이 넘치는 바람에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으며 불만을 표출할 만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사태가 반복되곤 했다.
이러한 농산물 파동의 가장 큰 원인은 날씨가 고르지 못한 데에 있다. 올해만 해도 연초에 한파가 이어진 데다 지난 5월부터는 100년 만의 기록이라는 유례 없는 가뭄으로 논바닥이 말라붙었으며 저수지와 호수까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농산물의 생산과 조달이 원활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다행히 지난 주말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모처럼 비가 쏟아진 덕분에 일시적으로 해갈이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태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농산물 파동은 서민들 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게 마련이므로 각별히 신경을 써야만 하는 일이다. 장바구니 물가를 흔드는 것은 물론 하루 세 끼를 구성하는 기본 식재료의 문제라는 점에서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다. 지난날 비슷한 파동을 겪을 때마다 밑바닥 민심이 출렁거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도시 소비자뿐만 아니라 가뭄에 농사를 망쳐버린 생산농가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미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밭작물의 비축물량을 늘리거나 수입을 통한 수급 안정책 마련에 들어갔다니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 혹시 유통과정에서 약삭빠른 일부 중간상인들이 폭리를 취하려고 농간을 부리는 경우에 대해서도 철저한 근절책이 필요하다. 농협도 유통과정의 불합리한 요소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날씨가 농산물 작황에 결정적 변수이긴 하나 모든 것을 날씨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