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ㆍ김재연에 대한 국회의 제명 절차가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 손으로 뽑았다고 해서 국회의원을 다른 국회의원들이 제명시킬 수 있는가는 단순히 ‘No’라고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국민의 손으로 뽑았다고 할지라도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회의체이며, 다른 국회의원들이 해당 국회의원을 합리적인 토론대상으로 인정 못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적어도 회의체에서 추방할 권한은 다른 국회의원들에게도 인정돼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아직 국회의원으로서 이렇다 할 활동 자체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다 할 잘못을 저지른 바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제명을 한다면 이들의 당선 이전의 행위에 대한 것일 텐데, 일반적으로 비례의원이든 지역의원이든 국민의 투표에 의해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당선 이전의 사유를 가지고 실격시킨다는 것은 그들을 뽑아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 된다.
물론 이번 사건은 이들의 당선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 즉 이들이 국민의 의사에 의해 선출된 것이 맞는가라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의 잘못은 통합진보당의 비례후보로 선출되는 내부절차에서 부정에 연루됐다는 것뿐이다. 250만명의 국민은 통진당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당의 내부절차를 위반했다고 해서 국민의 선택에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며 당이 내부인들을 징계하면 될 일이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통진당의 허락 없이 민주당, 새누리당이 국회 제명을 강행하는 것은 비례대표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결국 이석기ㆍ김재연이 제명당한다면 그 이유는 그들이 ‘종북’이기 때문일 것이다. 종북은 북한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해서 남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지지를 행동으로 옮기면 곧바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것이고, 지지를 표명만 하더라도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 조항에 의해 처벌받을 것이다. 결국 힘들게 ‘종북’이라는 신조어로 부르는 대상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겉으로 드러난 종북행위를 하지는 않았으나 종북의 속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헌법과 유엔 자유권규약 모두 양심의 자유, 즉 사상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보다 훨씬 더 높은 지위에 추대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보, 타인의 명예 등을 이유로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사상의 자유에 대해서는 그러한 내용이 없고, 유엔 협약은 심지어 ‘아무런 제약 없이’ 누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람의 속마음을 가지고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상식이다.
결국 국회가 이들을 실격 처리한다면 그것은 사상에 대한 제재이며, 헌법과 국제인권협약을 위반하는 것이고, 곧 불법이며 위헌이 된다. 또 MB정부 들어 국민이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퇴행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참여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이 있을 때 당시 한나라당의 입장은 제7조 찬양고무 조항은 삭제하자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이 MB와 결별하고자 한다면, 민주당이 지난 5년간 민주주의의 퇴행을 바로잡고 싶다면 곱씹어볼 일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제명이 진행된다면 이석기ㆍ김재연은 역사에 길이 남을 사상의 자유 투사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며, 그 투쟁은 법정에서 승리로 끝날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