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개념과 추진 방향을 둘러싼 여권 내 공방이 뜨겁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대선캠프에서 중책을 맡게 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의 설전이 그 출발이다. ‘재벌의 대변자’니, ‘엄중 경고’니 하며 거친 말이 오갈 정도로 신경전이 날카롭다. 핵심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천명한 헌법 119조 1항과 시장 폐해에 대한 보완 규정인 2항을 보는 관점이다.
이들의 논쟁이 주목되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여권 내 대표적 경제전문가이면서 박 전 비대위원장의 측근들이기 때문이다. 공방의 결과에 따라 여당의 대선 정책공약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어 정치권과 재계는 물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먼저 정리돼야 할 것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다. 이 원내대표조차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정도니, 일반 국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백가쟁명식 논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7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부의 쏠림과 양극화 현상은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할 과제다. 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등 고질적인 대기업의 횡포도 근절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경제민주화는 방향이 맞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의 방향이 어디로 흐르든 시장경제의 절대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 또 경제민주화를 한다며 우리의 경제력을 위축시키고 외형을 축소하는 왜곡된 분배구조를 만들 여지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자칫 성장동력마저 바닥을 드러낼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 119조 2항은 1항의 보완 규정일 뿐 결코 같은 선상에 서거나 넘어설 수 없다. 더욱이 연말 대선을 겨냥, 경제민주화를 빌미로 빈부 갈등을 부추기는 일도 없어야 한다.
경제민주화 개념이 모호하면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감이 경제 혼란으로 연결되기 전에 박 전 비대위원장이 나서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되 시장경제의 원칙을 거듭 천명하고, 이게 재벌 해체나 개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시간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