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붉은 여왕과 함께 숨가쁘게 달린다. 앨리스가 묻는다. “이렇게 열심히 달리면 어딘가에 도착하게 되나요” 붉은 여왕이 답한다. “이런, 느림보.여기서는 이렇게 달려야 겨우 제자리야. 어딘가에 닿으려면 2배는 더 열심히 달려야 해”. 앨리스와 붉은 여왕은 열심히 달리지만 제자리다. 주위의 사물도 함께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낙오하지 않기 위해선 적어도 주위환경과 같은 속도로, 정체를 넘어서기 위해선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안 그러면 멸종이다. ‘붉은 여왕의 역설’이다. 열심히 달렸지만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명체중 90%가 사라졌다. 살기 위해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더 열심히 달리는 수 밖에 없다.
#2. 아프리카에서 매일 가젤이 잠에서 깬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 사자도 매일 잠에서 깬다. 가젤을 앞지르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 가젤이든 사자든 살기 위해선 해가 뜨면 달려야만 한다
한국이 ‘20-50(소득 2만달러-인구 5000만명) 클럽’에 가입했다고 거리에 플래카드까지 붙였다. 대통령도 ‘20-50클럽’ 국가에 걸맞는 국격을 얘기한다. 20-50클럽이란 조어는 낯설다. 인구가 1억명은 돼야 내수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게 상식이고 2050년엔 한국의 인구가 5000만명이 안된다는 추계를 감안하면 ‘20-50클럽은 시한부’다. 정권의 프로파갠더 이상의 의미는 없는 듯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자랑스럽다.
하지만 양이 아닌 질로 보면 ‘빅7’국가란 얘기가 민망스럽다. ‘20-50클럽’ 걸맞게 우리가 행복한가라고 되묻는다면 할 말이 많지 않다. 한성대 이내찬 교수가 ‘행복지수’란 척도로 국민의 삶을 평가한 연구결과를 보면 한국은 OECD 34개 나라중 32위. 꼴지 수준이다. 지난해 OECD가 회원국들의 삶의 지표인 ‘행복지수’에서도 한국은 하위권인 26위다. 한국보다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듯(?)한 슬로베니아(21위), 체코(23위)도 한국 위에 있다.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가 넘으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행복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행복한 나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부탄이다. 국민소득이 2000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국민 97%가 행복하다고 얘기하는 나라다. 부탄은 1972년 이후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란 지표를 발표한다. GNH측정에는 건강상태는 기본이고 모유수유기간, 지역 전설에 대한 지식, 명상횟수, 절도에 대한 태도 등이 들어간다.
압축성장의 부산물이긴 하지만 한국도 속도에 대한 제어가 필요해 보인다. 부탄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국민행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시점이다. 힐링에 대한 목마름도 속도에 대한 피로와 무관치 않다.
베스트셀러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저자인 혜민 스님은 얘길한다. ‘복권 대신 꽃을 사라. 꽃 두세송이라도 사서 모처럼 식탁에 놓아보면 당첨 확률 백 퍼센트인 잔잔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휴가철이다. 로또 대신 꽃을 한 송이 살 때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