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금품수수 명단에 추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구속기소된 솔로몬저축은행의 임석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온 측근 참모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저축은행의 구조적 비리가 어느새 대통령 집무실의 문고리까지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나름대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임을 자부하던 현 정부가 이렇듯 초라하게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비슷한 혐의로 불과 며칠 전 검찰에 구속된 뒤끝이다. 그가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계란 세례를 받고 넥타이까지 붙잡히는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봤다. 권력 비리에 대한 분노와 실망은 비단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누구누구도 연루됐다는 말이 나도는 실정이다. 또 무슨 일이 터질지 종잡을 수 없다.

의혹의 당사자인 김 실장이 청와대 내부 조사를 거부하고 잠적했다는 사실도 실망스럽기만 하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도의적으로 뉘우치는 태도를 보여도 턱없이 모자랄 판에 그 반대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가 국회의원 시절의 이 대통령과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은 이래 지금껏 15년 동안 줄곧 분신처럼 보필해왔다는 사실조차 떠올리기 민망하다. 권력자의 지나친 내밀한 신임은 반드시 화근의 소지가 된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금품을 전달한 임석 회장이 아무리 초상집마다 찾아갈 만큼 마당발이라지만 정권 실세들이 어떻게 그의 로비에 줄줄이 발목이 잡혔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임 회장 부류의 이들이 돈봉투를 건네는 경우라면 이권 청탁과 관련이 없을 수 없고 끝내 쇠고랑을 차기 십상이라는 역대 정부의 경험적인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것인가. 차제에 업계 로비와 연루 정치인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미 법망에 걸려든 친인척 및 측근들의 수를 꼽기에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이 정부의 도덕성은 회복 불능이 되고 말았다. 이상득 의원 구속으로 제기된 대통령 사과 표명도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측근마저 예외가 아닌 이상 그 어떤 사과를 내놓은들 별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 본인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련의 낯 뜨거운 사태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하게 국정에 임하는 모습 자체가 어딘지 어색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