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 당의 사당화(私黨化) 논란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제가 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결론은 내리지만 주변에 많이 물어본다”며 “융통성을 많이 얘기하는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모든 걸 하다 보니 정치 불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오히려 독단과 반대라고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는 불통 지적에 손사래를 친 셈이다.
독단적 당 운영에 대해서 박 전 위원장은 당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된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문제를 거론하며 역시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상상도 못했다. 100% 믿었던 게 잘못”이라며 자신이 전적으로 챙기지 않은 결과이나 이것이 곧 사당화가 아닌 반증이라는 의미를 보탠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을 꿰면 틀린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새누리당 안팎에서 일고 있는 권위주의 요소에 대한 설명으로 성에 찰지는 의문이 남는다.
문제의 본질은 그 같은 비판이 당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일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 불만은 박 전 위원장의 구령에 지도부가 짜 맞추듯 자동화됐다는 데서 출발한다. 당 운영, 특히 지도부의 의사결정이 의원 전체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고 토론을 거친 결과라기보다 특정인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의지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의총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결론을 내버리니 ‘복도발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두언 파문 직후 버럭 사퇴를 해놓고 번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전 위원장은 원칙주의자로 통한 지 오래다. 당 후보 경선 룰도 갖은 잡음 끝에 원칙대로 유지했다. 좋게 보면 소신이나 뒤집으면 앞뒤가 막혔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5ㆍ16’은 시대형편상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유신은 역사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며 원칙을 앞세웠다. 그러나 시대 흐름에 맞춘다면 이제는 공과(功過)를 냉철하고 과감하게 짚어주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
당을 두 번씩이나 절망의 늪에서 일으켜 세운 입장에선 억울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유력한 대선후보 중의 하나라면 그에 걸맞은 위상을 스스로 정립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무엇보다 대선 항해가 순탄하려면 권위의식에서 깨어나 기득권 이미지까지 말끔히 씻어내야 할 것이다. 비(非)민주적으로는 그 누구도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