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재정난 불똥이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며 한국 시장으로 몰아닥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유럽발 경제위기와 관련, 우리나라를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나라 중 하나로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수출의존형 경제일수록 글로벌 위기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유력 언론들도 유로존 위기를 세계 경제에 대한 전염병으로 간주하고 그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의 성장 둔화가 문제다. IMF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테일 리스크(Tail Risk)’에 비유했다.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한번 터지면 자산 가치에 헤어나기 어려운 충격을 준다는 의미로, 우리가 특히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7.6%에 그쳐 8%대 성장유지선이 무너졌다. 수출과 소비 위축의 결과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낮은 기록이다. 더 심각한 것은 복합불황에 동반침체가 겹쳐져 확산된다는 점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아시아권 경제는 유럽 금융과 연계성이 제한적이어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탈(脫)동조화(decoupling) 전망이 대세였다. 특히 외환 부문의 강력한 완충장치가 큰 장점으로 꼽혔고 그 중심에 한국과 중국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반전되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자만에 빠졌다는 지적과 함께 여전히 서방세계에 기대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우리의 금리 인하 소식에 외신들은 조롱 조의 기사를 내기에 바빴다. 한국마저 휘청거린다는 의미다.
우리 경제가 그나마 부러움을 받기에 이른 것은 국민적 저력이 그 근본이겠으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다수가 선전해온 결과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실적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글로벌 침체에 따른 소비 급감 앞에선 삼성전자든 현대자동차든 버틸 재간이 없다.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에 위기 경영에 돌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시설투자도 70% 이상 줄었다. 몸집 큰 대기업이 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기 돌파를 위해 각국이 경기부양책과 함께 친기업 정책을 쏟아낸다. 그러나 우리 경제정책당국은 임기 말 증세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고, 정치권은 대선을 의식해 저주하듯 기업을 희생양으로 몰아세우기에 바쁘다. 그나마 경제민주화랍시고 대기업을 때려선 안 된다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목소리가 낮으나마 유일한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