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기로에 서 있다. 국제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대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경기도 소비심리 둔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조업 활성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제조업 경쟁력 회복은 양질의 기술 인력을 바탕으로 산업생산성을 높이고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30.5%이다. 중국의 40.7%를 제외하고는 미국 12.7%, 일본 19.4%, 독일 20.7%, 브라질 15.8%, 인도 14.2% 등 주요 경쟁국을 상회한다. 제조업의 건실한 성장이야말로 우리경제의 근간임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근래 들어 우리 제조업은 필요한 현장기술인력 부족, 임금인상과 생산성 둔화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특히 산업현장에서의 고용 미스매치 및 잦은 이직과 전직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안정적인 기술 인력의 공급과 생산성 증대야말로 제조업 발전, 고용안정 및 성장잠재력 확충에 핵심요소가 아닐 수 없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2010년 가을 오바마 대통령과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회동에서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여러 가지 규제와 불필요한 비용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낡아빠진 미국의 교육시스템, 호전적인 교원 노조, 학교 현장의 비효율 및 칠판 앞에 서서 교과서를 사용하는 전통적 수업방식으로는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2011년 2월 실리콘벨리에서의 IT산업 CEO 간담회에서 잡스는 더 많은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방안을 역설하고 이러한 교육은 공업 전문학교나 지역 전문대학, 직업학교에서 가능하며 이래야만 미국 내에서 더 많은 공장이 가동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2월 미국 북버지니아 지역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80억달러 규모의 지역대학 지원 기금 조성을 제안하며 중간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직업교육, 고성장 산업부문의 고용수요 해소, 지역소재 기업과 직업교육기관 간의 긴밀한 산학협력 필요성 등을 역설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원활한 제조업 기술인력 공급을 위해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양성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교육현장이나 산업체의 반응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효율적인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 기업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발전적인 산학협력 시스템이 시급히 구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과정의 개발ㆍ운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산업현장의 전문가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산업체 현장실습 활성화, 기업전담제 등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기술 인력의 교양 교육과 영어교육도 강화되어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멀티 기술인 양성이 가능해진다. 경제활동이 글로벌화 되고 보다 활발한 기술 인력의 해외진출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영어 학습능력의 제고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빠르게 접목되고 산업의 패션화, 개성화, 융ㆍ복합화가 촉진되는 기술 산업사회에서 ‘미아(迷兒)’가 될 수는 없다. 기능인이 우대받는 사회, 기술자가 자부심을 느끼는 사회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생존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