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야 대선 주자들이 개헌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4년 중임제든,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제든 5년 단임인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개헌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부분 정치적 이해가 엇갈려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 범주를 벗어난 것 같지는 않아 탄력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제기 당사자들이 대부분 선두권에서 한발 밀려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개헌론은 폭발성이 강한 데다 각 정치세력 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해 불리한 판세를 이렇게라도 흔들어보자는 속셈이다. 지난 2007년에는 노무현 정부가 대선판이 불리해지자 그 돌파구로 대통령 4년 중임제에만 국한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추진하려다 공감대 부족으로 벽에 부딪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개헌론을 들고나온 의도가 순수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만큼 당장 공론화를 통한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말이 나온 김에 각 주자가 다음 정부에서는 적극적인 개헌에 나서겠다는 약속은 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에 의한 대통령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지금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로 어렵게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였다. 하지만 군부 독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혀 5년 단임제라는 어정쩡한 절충안에 서둘러 합의했던 것이다. 일전 19대 국회의원을 상대로 개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한 233명 가운데 202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치 현장에서도 압도적으로 개헌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는 제왕적인 권력 집중이다. 매 정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권력 주변 비리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크다 보니 권력 주변에서 이를 남용하는 세력이 활개를 치고, 결국 비리와 부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고질적 권력 주변 비리는 개인의 문제이지 제도 때문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토양을 제거하면 비리는 한결 수그러들게 마련이다.
여권 유력 후보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시기 문제를 이유로 개헌론을 피해가는 것은 맞지 않다. 어차피 차차기 정권부터 적용할 개헌이라면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솔선해서 차기 정권에서의 개헌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다면 작금의 논란을 잠재우고 한결 가벼운 대선 행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장외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선두주자인 문재인 의원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