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을 기해 일부 맥주의 출고가격이 기습적으로 올랐다. ‘국민 간식’으로 일컬어지는 라면도 8월부터 가격이 새로 조정되며 참치캔과 햇반, 다시다도 조만간 가격이 인상될 분위기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도 우유와 일부 가공식품의 가격이 오른 바 있다. 그동안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시책에 억눌려 있던 식음료와 주류 가격이 경쟁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하반기의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가뜩이나 경제 불황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소비자들에는 적잖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슈퍼마켓에서 가족들의 저녁 식탁에 올릴 간단한 반찬거리나 아이들의 주전부리 과자 한 봉지를 사면서도 불과 몇십원 가격 차이에 살까 말까를 망설이는 주부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선두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 다른 업체들도 덩달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게 뻔하다. 더구나 계속되는 여름철 폭염으로 신선채소의 가격도 다시 치솟을 조짐이다.
그렇더라도 농수산물의 원자재 가격 추이를 감안하면 지금 그대로 묶어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식료품의 주요 재료인 밀가루를 비롯해 보리, 콩 등의 국제 시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이상고온 현상으로 수확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원자재 가격은 더 오를 소지가 다분하다. 기계를 돌리는 데 필요한 기름 값과 물류비도 가격 인상 요인이다.
때문에 생산자나 업체에 대해서만 고통을 감내하도록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처사는 아니다. 품목에 따라서는 지금껏 3~4년씩이나 가격이 묶인 경우가 있는 데다 가격을 올리려다 당국의 눈치를 살피고는 슬며시 포기한 경우도 없지 않다. 수입 식품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국내 식품업체들로선 적잖은 불만이다. 대선도 감안해야 하는 물가당국으로선 이래저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적정 수준의 범위 내에서다. 느슨해진 분위기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가격이 인상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특히 정권 말 레임덕 현상을 틈타 업계가 힘자랑 하듯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면 더더욱 곤란하다. 지나친 가격 인상은 소비를 위축시켜 오히려 업계에도 불리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당국은 서민 생활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돌아가는 정황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꼴뚜기가 뛴다고 망둥이가 뛰는 것까지 허용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