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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소비자불매운동과 업무방해죄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당연히 해고 사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범죄일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업체에 항의전화를 하는 것도 범죄가 될까? 이를 결정할 열쇠를 지금 대법원이 가지고 있다.

형법 제314조 소위 업무방해죄에 따르면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면 징역 5년까지 처벌 가능하다. 자신의 ‘힘’을 ‘보여주어’ 상대의 의사결정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 조항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자면 자신의 주장이 가진 논리적 설득력, 법적 지위,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타인의 업무 관련 의사결정의 자유에 위협이 된다면 모두 범죄가 된다. 물론 임대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전기를 끊어 임차인을 압박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이 조항의 적용범위는 그보다 훨씬 넓다.

이 조항은 실제로 일본이 고도성장 시절 ‘노동자들의 파업이 국익에 해가 된다’는 논리하에 파업을 범죄시하면서 만든 조항이 일제시대에 그대로 우리 법제에 들어오면서 생겼다. 즉,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업무를 중단해 사용자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래 영국 프랑스 등에서 파업 탄압을 위해 제정된 조항들이 일본에서는 의도적으로 최대한 적용범위를 넓혀서 제정됐다. 하지만 이제 다른 선진국들에서 폐지됐고 정작 일본에서도 거의 사문화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계속 집행되고 있다. 물론 노동관계 법령이 정하는 파업의 사유나 절차를 그대로 따르면 면책이 된다. 그러나 노동관계 법령들은 노사관계에서는 항상 약자인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정당한 파업은 해고 사유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법이며, 특별한 보호를 받는 요건은 엄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평화로운 파업들이 업무방해죄로 처벌되고 있다. 해고당하는 것도 모자라서 감옥에도 가게 된다. 싸우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던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처럼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일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 공적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문제점은 지난 수십년 동안 지적돼왔고 결국 2011년 3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업무방해죄를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도록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심대한 타격을 준’ 파업에만 적용하도록 했다.

이 판결은 부족하지만 업무방해죄의 오욕의 역사 속에서 값진 판결이다. 특히 업무방해죄는 노사관계 밖에서도 남용돼왔는데 최소한 이를 막을 수 있게 됐다. 검찰은 2008년 신문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신문의 광고주들에게 항의전화를 걸도록 독려하는 온라인 운동을 전개했다고 하여 관련 카페 운영자들을 기소했다. 위 대법 판결이 요구하는 ‘전격성’은 파업이 노사관계의 전후 진행에 비추어 갑작스럽고 의도적으로 영업에 타격을 주어야 죄가 된다는 것인데, 이를 소비자 운동에 적용하자면 ‘전격성’을 따질 만한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전후관계 자체가 없고 영업이 어느 정도 돼야 정상인지 소비자들이 미리 알 수도 없다. 결국 위 대법 판결은 소비자 운동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적용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대법 판결을 따르더라도 이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 대법원이 모처럼 자신의 판결의 값어치를 만방에 알릴 좋은 기회를 잘 살릴 것을 기대한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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