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치권 구태의 자업자득
새로운 리더에 목마른 국민들
安원장에 거는 희망 갈수록 커져
난국속 대한민국 이끌 의지있다면
능력에 대한 검증도 답해야할 때
요즘 신문을 보면 온통 안철수 원장 기사로 넘친다. 정치면은 물론 사설, 칼럼을 보노라면 안 원장 홍수 시대라는 것을 느끼고 외국에서도 교포들이 안 원장 출마 여부를 관심 있게 물어보는 것을 보면서 더욱 실감한다.
정치인들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부러운 일이고 샘도 날 것이다. 정말 수십년간 피나는 노력을 해도, 그리고 자신은 성공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도 1% 넘기가 정말 어려운 게 현실이니 말이다. 얼마 전 안 원장은 힐링캠프에 출연했고 많은 화제를 일으켰다. 다른 대선주자들은 출연시켜 달라고 애걸해도 거절당했는데 안 원장은 시기를 선택해 나갔다는 보도를 보면서 정말 부러움을 사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부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정치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것만큼 안 원장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가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소위 안철수 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는다. 안 원장이 훌륭한 일을 많이 해서, 현재 대권주자들이 부진해서, 방송 덕 때문에 등등. 다 맞다. 그러나 안 원장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없는가? 방송에 출연한 것이 안 원장뿐인가? 아니다. 그럼에도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인가?
경제가 어려워져 살기 힘들 때,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을 때, 그리고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고 애쓸 때 안 원장은 컴퓨터 백신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고 취업을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젊은이들을 찾아다니며 위로해줬으며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헌납했다. 이 모습에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안 원장을 우리 사회의 희망으로 본 것이다.
특히 이런 안철수 현상은 정치인들의 자업자득이다. 총선이 끝난 이후 새로운 정치와 특권포기를 스스로 크게 외쳤지만 반대 모습만 보여줬다. 대통령은 가장 깨끗한 정부를 큰소리쳤지만 형과 자신의 부속실장이 구속됐다. 여야는 자당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문제가 생기자 특권포기 입장을 얼른 바꾸었다. 진보당은 문제의원 제명에 실패하자 새로운 당을 창당하겠다고 함으로써 자정에 실패했다.
국민이 이러한 모습에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희망과 현실정치 참여는 별개의 문제다. 존경받는 종교지도자가 정치지도자가 되는 것은 전혀 별개이듯이 말이다.
나는 안 원장이 꼭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회의적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존경을 받는 지도층 인사가 극히 적다. 힘들어하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희망인 안 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소중한 사람이기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희망은 희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제 안 원장은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삶에 지친 국민은 안 원장의 출마 여부에 대한 논쟁에 지쳐가고 있다. 그래서 답할 때가 됐다.
다음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고, 우리 사회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고, 남북문제 등 요동치는 국제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지, 국가를 이끌어 갈 소양이 있는지 검증을 철저히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안 원장은 정치공학적 접근을 아주 싫어한다고 한다. 그리고 현실정치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여기에서 시간을 더 끌면 오히려 정치공학적으로 비쳐지고 또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자초할 것이다.
어제 보도를 보면 국민에게 출마 여부를 직접 물어볼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색하게 들린다. 그동안 시간은 충분했고 이제 결정해야 할 시기이며, 그것도 본인이 직접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헤럴드경제 고문ㆍ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