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불황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서민들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집값이 계속 떨어져 주택담보대출의 잔액이 LTV를 넘어서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능가하는 금융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돌고 있어 더욱 불안하다. 가계의 부실은 결국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곧 금융시스템의 와해를 의미한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당장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진 아파트가 판교를 비롯 동탄 김포 광교 파주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에서만 12만가구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받을 때 가격을 기준으로 LTV가 책정되고 상당수 입주자들이 집단으로 최고 한도를 적용받아 돈을 빌려 중도금과 잔금을 치렀다. 그런데 가격이 10~20% 떨어지는 바람에 LTV 한도가 저절로 초과된 것이다. 가령 분양가 3억원짜리 아파트가 20% 하락하면 LTV 한도(50%)는 1억5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초과한 3000만원은 만기가 도래하면 일시에 갚아야 한다. 이자 내는 것만 해도 버거운데 원금 일부까지 상환하려니 등이 휠 지경이다. 견디다 못해 집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급매물이 쏟아져 집값은 더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나마 ‘급급매물’로 내놔도 거래가 거의 없다. 자칫 연체이자까지 물게 되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비단 수도권 2기 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15%에 해당하는 44조원이 이미 LTV 한도를 넘어섰다. 부실화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추세가 앞으로 더 가속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물려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LTV 한도 초과분을 신용대출로 전환하거나 장기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당장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미봉책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다 더 실질적 처방이 필요하다. 대출 원리금을 갚기 어려운 가정의 주택은 원하는 경우 은행이 아예 넘겨받고, 거주자에게 환매조건부로 임대를 해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민간사업자들이 임대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줘야 한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부동산 거래세율 대폭 인하는 기본이다. 집값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