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 따라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노동조합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정치운동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노조는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정당한 파업일지라도 민ㆍ형사상 면책을 받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아무런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노조도 지지하는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보자 등을 밝힐 수 있으며, 근로자의 경제적인 권익 향상을 위해 다양한 입법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 노조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부분은 노조 활동의 대부분이 정치운동이 되면 안된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노조의 정치활동은 근로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부분이 있다. 가령 노조가 진보적 정치활동을 펼쳐 무상교육이나 무상의료 등을 실현하게 될 경우 그 만큼 근로자는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되고, 임금 상승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런 까닭에 야권의 대통령 후보들이 전국단위의 노동자총연맹을 방문해 상호 교감하고 노총 측에서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노동 역사 속에서도 노조와 관련한 정치적인 모습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노동법에 따라 노조 형태가 규정되온 점을 봐도 그렇다. 노동법이 처음 만들어진 지난 1953년 우리나라에서는 노조가 자유설립주의였으나, 이후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을 지나면서 산별노조만 허용되기도 했고 기업별 노조로 강제되기도 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원칙을 바꿔온 셈이다.
뿐만 아니다. 일반적인 노동조합을 들여다 봐도 노조활동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노조의 대표자인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노조 대의원 또한 조합원의 투표로 선출된다. 선출 뿐만 아니라 노동 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노조 집행부의 정치력은 필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조직인 금속노조는 만도와 에스제이엠의 직장폐쇄 및 용역투입을 규탄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달 13일과 20일 총파업을 펼친 데 이어 오는 10일 3차 총파업을 펼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는 17일에는 4차 총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하투 열기를 금속노조가 대통령 선거라는 커다란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이어가는 모습이다.
4차로 이어지는 총파업 날짜를 살펴보면 묘한 공통점이 하나 발견된다. 7월 13일과 20일, 그리고 8월 10일과 17일의 공통점은 모두 ‘금요일’이라는 점이다. 주말을 앞두고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금속노조의 파업이 일반적으로 수요일에 잡히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해 이례적인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에서는 파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이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말로 이어지면서 휴식을 늘릴 수 있는 금요일이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또한 그 만큼 노동 현장에서의 조합원 참여도가 높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총파업 날짜를 결정하는 데에도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상황을 감안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법을 통해 금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며, 금지할 수도 없는 부분으로 이해된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