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운전자의 입장
공감과 이해하고 보니
‘다른 탈것’에 대한 배려
필요하다는 반성 하게 돼
며칠 전 저녁식사 모임에서 오토바이에 대한 전혀 다른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평소의 대화라면 자동차 운전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오토바이는 ‘겁 없이 옆으로 치고 들어오는 사고유발자’일 뿐이었다. 특히 퀵서비스나 택배, 또는 음식을 배달하는 소형 오토바이는 사실 자동차 운전자에게 두렵기도 하고 위험하게도 느껴지는 ‘못마땅한 존재’다. 여기에 동승자가 차문을 잘못 열어 오토바이와 부딪친 경험이라도 나오면 일제히 ‘오토바이의 위험성’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되고 만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참석자 중 한 분이 은퇴한 후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경험담’을 펼쳤기 때문이다. 아내의 세례명을 따서 ‘실비아’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는 그분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꿈과 설렘을 안겨주었다.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향취, 즉 살갗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 부서질 듯 내리쬐는 햇살, 나무 향기, 그리고 손 내밀면 바로 와 닿을 것 같은 길가의 꽃까지 오감이 충족되는 느낌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비아의 매력’에 푹 빠져 있기는 하지만 서울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되도록 피한다고 했다. 교통체증, 신호등, 그리고 난폭운전을 일삼는 운전자들까지 모든 요소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특히 오토바이는 멈추는 순간 균형을 잃고 옆으로 넘어지기 때문에 한 발을 땅에 딛고 받쳐야 한다.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시내 주행은 무척 힘들다. 그래서 오토바이 운전자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려는 ‘경향성’을 가지게 되고 멈춰 서 있는 자동차 사이로, 또는 자동차와 인도 사이로 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레저스포츠용 오토바이가 아닌, 생계형 수단으로 사용되는 소형 오토바이는 늘 시내를 달릴 수밖에 없어서 더욱 위험한 운전을 하게 된다.
자동차 운전자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로 입장이 바뀐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일방적이었나 반성하게 된다. 자동차 운전석에 앉으면 목적지까지 최대한 빨리, 방해받지 않고 달리는 데만 신경 썼지 거리를 함께 달리는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배려하는 마음이 없었다. 자전거는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몇 배 더 내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그들은 위험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위협은 그들이 다쳐서 내게 피해가 올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것은 심각한 부상 또는 생명의 위협까지 수반하는 것이다. 오토바이 운전의 특징을 이해하고 나니 반성문을 쓰고 싶어졌다.
증기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속도가 너무 빨라 매우 위험하게 보였다. 영국 여왕은 사람과 말, 그리고 마차를 자동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붉은 깃발 법’을 만들도록 했다. 1865년 제정된 이 법은 “한 대의 자동차에 3명의 운전수가 필요하다. 그중 1명은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가지고 자동차의 60m 앞을 달려야 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6.4㎞ 이하로 하고, 시가지에서는 시속 3.2㎞로 한다. 증기를 방출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보면 우스꽝스러운 이 법은 영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축시킨 주범으로 비판받았지만 자동차의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위험성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동차 운전자는 마음속에 저마다 빨간 깃발 하나씩 가지고 오토바이, 자전거 그리고 보행자를 배려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