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함으로써 향후 한ㆍ일 관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도발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군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최대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번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공교롭게도 런던올림픽에서 양국 축구팀의 동메달 결정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고, 결과적으로 태극전사들이 숙적 일본을 2대0으로 완파함으로써 양국 간 미묘한 감정교류는 확대재생산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더구나 8ㆍ15 광복절을 코앞에 둔 상황이다. 크게 보면 우리 국민의 대일 정서가 어떤 것인지를 이번에 국제사회에 명쾌하게 전달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대통령의 독도 방문의 의미는 중대하다.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임이 자명한데도 일본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며 생떼를 써온 지 오래다. 최근에는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우리 정부가 외교백서에 독도를 우리 영토로 규정했다며 공식 항의까지 해온 마당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유독 독도 영유권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는 표리부동한 일본이다.
일본 정부가 무토 마사토시 주한대사를 즉각 귀국시키는 등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상했던 바지만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 외교적 마찰을 최대한 확대하려 들 것이다. 유독 영토분쟁이 많은 탓인지 이 분야 국제 무대에는 일본이나 친일 인사들이 적잖다. 국제법상 실질점유 우선 판례가 분명하더라도 그들의 꿍꿍이나 노림수에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히로시마에 주재하는 우리 총영사관에는 벽돌이 투척되기도 했다니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조심해서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더구나 런던올림픽에서 일본 축구를 꺾은 기쁨에 박종우 선수가 행한 우발적인 ‘독도 세리머니’가 지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 스포츠계 현안으로 등장했다. 박 선수는 동메달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메달 수여 제외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계에만 맡길 사안이라기보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처가 긴요한 부분이다.
그동안 독도 문제를 다루는 우리 정부의 기본노선이 ‘조용한 외교’였기에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전격적이고 다소 돌발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최고통치자가 나설 만큼 돌발 현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일각에선 정치적 복선을 의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저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제는 독도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상대가 지속도발을 하는데도 무작정 주춤거리는 것은 주권국가답지 않은 자세다. 대통령의 이번 조치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싶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8ㆍ15 경축식 기념사를 통해 이런 의지가 거듭 천명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