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 인사를 강행한 것은 유감이다. 현 위원장은 이미 도덕적으로나 자질 면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임명 철회를 요청했을 정도다. 실제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도 80% 이상이 연임이 부적절하다고 답변했고, 이런 내용은 여러 경로를 통해 청와대로 전달됐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임명을 강행한 것은 ‘MB식 오기 인사’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국민을 상대로 오기를 부렸다”고 비난할 만하다.
현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 아들 병역비리 등 숱한 의혹이 제기돼 아예 청문회보고서조차 채택하지 않았다. 게다가 첫 임기 중에는 독단적 운영으로 인권위 위원들이 사퇴하는 바람에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했으며 민간인 불법사찰 등 현 정권에 불리한 현안은 아예 상임위 회부를 차단하는 무리수를 뒀다. 유색인종과 여성에 대한 차별적 발언 등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구설에 오른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조차 연임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부 사실과 다르고, 제기된 의혹이 업무 수행에 큰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밀어붙였다. 국민의 여론은 무시하고 귀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불통이며 독선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청와대도 고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임기를 불과 6개월 남긴 시점에서 인사권마저 밀리면 국정 장악력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절박감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또 임기 말에 새로운 인물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적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리한 인사가 오히려 레임덕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임명 강행이 어떤 논란을 불러올지 뻔히 알면서도 재가를 한 것은 인사권의 남용이고 국민에 대한 횡포일 뿐이다.
MB정부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것은 인사 탓이 크다. 정권 초부터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하며 난맥상을 드러냈고, 제한적이고 폭 좁은 인사로 정권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와 청와대, 심지어 정부 산하기관 인사마저 자질과 능력보다는 주변인물 챙기기와 돌려막기로 일관하는 등 단 한 차례도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인사는 없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인사를 해야 한다. 임기가 단 하루를 남았다 해도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되는 게 인사다. 현 위원장 인사를 당장 철회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임자를 다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