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독도 방문은 일본
의 거센 반발 불러 일으킬
것은 삼척동자도 예상할만
한 일. 이를 어떻게 다룰 것
인가에 대한 치밀한 대비책
이 있어야 하는데 적어도
아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영어 가운데 우리말로 정확히 옮기기 애매한 말 가운데 하나가 ‘레버리지(leverage)’다. 우리말로 ‘지레’의 뜻인 ‘lever’에서 파생된 말이라 ‘지렛대’로 옮길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진다. 영향력, 미끼 등 여러 의역이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잘했다’ ‘괜한 긁어부스럼 만들었다’ ‘정치적 쇼다’ 등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그래도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토를 방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독도는 언제 어느 대통령이라도 분명 첫발을 내디뎠어야 할 곳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이번 독도 방문 사실 자체를 비판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 현실이다. 이번 대통령 방문이 일본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은 삼척동자도 예상할 만한 일이다. 따라서 향후 예상 가능한 일본의 반발과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하는데 적어도 아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굳이 대통령까지 나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고 쏘아붙여야 했는지도 곱씹어봐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인지, 아니면 외교적으로 철저히 계산된 언급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정운영의 추진력이 높은 임기 초가 아니라, 국정 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임기 말에야 방문이 이뤄진 점도 아쉽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레버리지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이 우리 국민을 고문해도, 딱히 중국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거리’가 없다. 또 미국이 우리 측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나, 원자력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에 필요한 핵폐기물 재처리 기술 강화에 반대해도 이를 극복할 외교적 대응책이 별로 없어 보인다. 60년 가까이 ‘도돌이표’만 가득한 한ㆍ일 외교도 마찬가지다. 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풀기 위한 레버리지가 없다 보니 늘 원점 주위만 빙빙 돈다.
외교는 국가들 간 이권 거래의 총화다. 거래는 구걸과 다르다. 거래가 성립되려면 상대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주변 4강(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은 모두 우리보다 국력 면에서 한 수 위다. 큰 나라와의 외교이니 만큼 작은 힘으로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레버리지가 절실하다. 과연 우리나라가 가질 수 있는 레버리지가 무엇일까 깊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북한이 아닐까 싶다. 북한도 우리처럼 주변 4강과 깊은 이해관계를 가진 데다 우리 외교현안의 상당 부분이 북한 관련이다. 과거 정부를 되돌아봐도 대북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우리 외교정책의 중심 축이 달라진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북한은 요즘 새 체제 구축작업에 한창이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맹상군의 책사 풍환은 세상 인심을 ‘원래부터 그런 것과 그렇게 되는 것’으로 나눴다. 각국이 자국 이익을 제일로 추구하는 것은 ‘원래부터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게끔 하는 것’은 바로 외교를 하는 이유다. 독도도, 그 밖의 대한민국의 영토도 모두 저절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끊임없는 국력신장과 외교적 노력 없이는 주권도 영토도 지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