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급제 포기 등 농업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북한이 대규모 사절단을 중국에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절단 책임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당정 고위직 인사 50여명을 이끌고 1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5박6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장 부위원장이 김정은 체제 이후 중국을 방문한 북한 인사 중 최고위급 인사란 점에서 단연 눈길을 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표단의 면면이다. 장 부위원장 외에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 및 김성남 부부장, 이광근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 김형준 외무성 부상 등 북한의 대외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실질적인 리더그룹이자 경제전문가들이 주축이란 점이 흥미롭다. 북한이 이들의 방중 사실을 미리 발표하고 체류 일정과 장소를 공개한 것도 이채롭다. 장 부위원장 일행은 14일 베이징에서 예정된 ‘라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및 위화도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를 위한 조ㆍ중(북ㆍ중) 공동지도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석한다고 한다.
이 회의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년 전에 합의한 사안으로, 북한으로선 김정일 유훈사업의 우선항목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이 그간 몇 차례 회의를 통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김정은이 이를 보고받고 직접 성과 도출을 채근했다는 정보도 흘러나온다. 북한이 최근 새 경제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사실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물론 북한이 추진 중인 경제개혁의 선봉으로 알려진 장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사회주의식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주창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장 부위원장이 방중 기간 중국 후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을 만날지 여부다. 김정은의 특사 자격이라면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만일 일이 잘 성사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수록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외교적으로 막고 뒤늦었으나마 이산가족 상봉 등 대화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물론 낙관은 이르다. 북한문제 자체가 속성상 워낙 불가측성이 강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황으로 미뤄볼 때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북한 핵문제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큰 진척이 예상되는 만큼 미ㆍ중과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다. 주도면밀하게 대처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