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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식량파동 장기화 조짐, 대비 서둘러야
현재 상태의 이상 기후와 곡물가격 상승 추세만으로도 세계적인 곡물파동은 회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식량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우려가 앞선다. 미국 등 주요 곡물산지의 극심한 가뭄 때문에 옥수수ㆍ밀ㆍ콩 등 주요 곡물의 국제시세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지난 2008년 식량파동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 같은 결론은 가뜩이나 유럽 재정위기와 경제침체로 전례 없는 지구적 불안과 정체에 직면하고 있는 세계를 더 큰 고통으로 몰아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식량파동은 가뭄 피해지역의 광범위함과 심각한 생산성 감소로 미루어 대형화ㆍ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이것은 동시에 곡물투기의 규모와 심도를 비례적으로 높일 가능성을 예고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분석으로는 현재 세계 곡물 선물거래의 98%가 시세차익을 노리는 금융자본의 투기거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곧 곡물가격 폭등의 바탕에 공급부족 못지않게 투기수요가 잠재돼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국제 곡물가가 투기적 수요에 의해 정상 수급가 수준보다 50% 이상 과장됐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번 곡물파동도 가뭄 피해의 심각성으로 미루어 상당기간 투기자본 유입을 촉진할 것이고 국제가격 폭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식량자급률이 27%에도 못 미치는 세계 5위 식량수입국 한국이 받게 될 타격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세계 곡물파동의 핵심인 밀ㆍ콩ㆍ옥수수의 수입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가 겪게 될 파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심각할 것은 짐작이 어렵지 않다. 여기에 세계 4대 곡물 메이저의 독과점 횡포까지 가세할 경우 우리의 식량안보는 중대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정부는 곧 닥칠 세계 식량파동에 최대한 대비해야 한다. 자원 확보와 비축을 최대화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조하고 해외 생산기지와 비축기지 확보에 전력 투구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다양한 대체재 확보와 전략적 비축량을 늘리고 곡물 유통산업과 유통구조도 식량파동에 대응하여 탄력적으로 개편하는 기동성을 빨리 갖춰야 한다. 곡물의 물가파급도가 특히 높은 우리로서는 무엇보다도 국내 물가 파급과 인플레 확산을 저지하는 마이크로 정책도 미리미리 구상해야 할 때다. 국제적으로는 지나친 선물거래와 투기거래를 규제하는 지구적 협의를 조속히 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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