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고속철도 시발역인 수서역 건설과 수서역세권개발사업을 둘러싸고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강남구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공단은 두 사업을 분리해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즉, 국책 사업인 고속철도는 국민과 약속한 대로 2014년에 개통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역세권개발사업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의 법적 절차를 거쳐 2~3년 뒤에 착공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강남구청은 이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강남구청은 고속철도 수서역 건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지자체가 갖고 있는 인ㆍ허가권을 무기로 실력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수서역 건설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양 기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뭇 협조적인 분위기였다. 지난해 7월 양해각서를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도 순조롭게 통과시켰다. 그러던 양 기관이 왜 갑자기 틀어졌을까?
공단은 ‘이미 계획단계에서 부터 이 문제에 대해 강남구청과 충분한 협의를 해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동시 추진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고속철도사업과 역세권개발사업을 분리추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공단이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입장을 바꾼 것은 강남구청이라는 말인데, 왜 그랬을까? 남의 속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이 기회에 국가가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개발제한구역을 고속철도건설이라는 국가적 사업과 연계시켜 해제해 지역개발을 촉진해 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수서역 건설과 역세권개발을 동시에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나, 개발사업은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성 없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철도건설사업 자체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강남구청 입장에서야 역세권개발이 매우 중요하겠지만 국가적으로 볼 때 이 사업은 고속철도가 주체이고 역세권개발이 고속철도 개발에 따른 부차적인 것이다. 主와 從을 연계시켜 從의 추진을 앞당겨보겠다는 생각은 일견 묘수처럼 보이지만 자칫 主의 추진을 늦추어버리는 자충수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로 인해 수서발 고속철도 이용이 지연된다면 국가나 지역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이겠는가.
강남구청의 주장과 같이 앞으로 수서역은 수도권고속철도의 시발역으로서 교통의 요충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것보다 합리적으로 개발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세권개발사업은 어디까지나 도시계획 측면에서의 당위성을 가지고 추진되어야지 국책사업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
이미 우리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도롱뇽 환경논란 문제로 크나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 바 있다. 또 다시 지자체의 과욕으로 수도권고속철도사업이 지연돼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적 손실을 가져와서야 되겠는가.
이제라도 강남구청은 무엇이 국가와 국민, 강남구민을 위한 바른 선택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