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보다 한달 빠른 선거
경기회복·재정적자 감축 논쟁
무제한 선거자금 동원전 등
보수-진보간 대결 주시해볼만
오는 11월 6일과 12월 19일은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선거일이다. 미국은 진보적 성향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백악관을 수성(守成)하느냐의 싸움이고, 한국은 보수적 가치를 표방하는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의 경쟁이다. 미국이 한 달 먼저 선거를 치르고 우리에게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11월 미 대선의 의미는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미 대선의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미 유권자가 보수(保守)와 진보(進步)라는, 상충된 가치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가다. 미국 대선은 전통적으로 가치와 이념의 각축장이다. 특히 올해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역할, 재정 적자, 복지 지출 등 경제적 이슈뿐 아니라 낙태, 동성 결혼 등 사회적 쟁점에 대한 공화, 민주 양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화당이 백악관을 탈환할 경우 오바마가 추진해온 건강보험 개혁, 금융 개혁 등은 대부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4년 더(Four more years)’를 호소하는 오바마가 재선될 경우, 1960년대 린든 존슨 대통령 이래 가장 적극적인 진보 정책 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경기 회복과 재정 적자 감축 방안에 대한 논쟁이다. 오바마는 8.3%에 달하는 고실업과 경기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미국 일자리법안(American Jobs Act)을 제안하고 45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제시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한 중앙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에 대해서도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현재의 미 경제위기는 잘못된 정책의 산물이므로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통해 실업 해소와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에 공화당 성향의 그레고리 멘키우 교수 등은 재정 확대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재정 적자 축소에 있어서도 양 후보는 상이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오바마는 이라크, 아프간 전쟁으로 급증한 국방비와 전임 부시 행정부의 감세 조치를 재정 적자의 주 원인으로 보고, 2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에 대한 감세 조치 연장 반대 및 상위 1% 증세를 주장하고 있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산층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반서민적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에 공화당은 14조달러를 넘는 국가 채무 해소 없이는 미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이 어려우며,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출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롬니 후보가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하원 예산위원장 폴 라이언을 선택한 것이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흥미롭다. 통상 부통령 후보 선택은 약 1% 정도의 지지율 상승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라이언은 공화당의 예산 정책 골격을 만든 장본인으로 지출 삭감을 통한 재정 적자 해소를 주장하는 보수적 재정론자다. 특히 노인 의료보험과 저소득층 의료 지원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을 주장하고 있어 노인층과 소수 인종 및 저소득층의 표심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다.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현재 538개 선거인단 중 오바마가 237 대 206으로 앞서는 가운데 95개가 경합 중이다.
마지막으로 2010년 미 대법원의 역사적인 선거자금 관련 합헌 판결 이후 허용된 무제한 선거비용의 효과 여부다. 소위 ‘슈퍼팩(Super Political Action Committee)’은 기부 한도가 없어 무제한적인 선거자금 배포가 가능하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네거티브 광고전도 슈퍼팩의 자금 동원력 덕분에 가능하다.
12월 우리 대선도 정부의 역할과 국가 운영 방식, 경제 정책 기조 및 경제민주화, 빈부 격차 등에 대한 담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