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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주원> 금융투자업계 발전을 위한 소고
얼마 전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리더의 강연이 있었다. 골자는 유럽 등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나,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역사상 최고의 산업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이 건전한 운영으로 신뢰를 확보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도 강화해 달라는 다소 상충적인 주문이 덧붙여졌다. 강연에서 못내 아쉬운 점은 대형증권사의 증자를 통해 IB 업무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한 줄 이외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견해와 비전 제시가 없었다는 점이다.

요즘 같이 한민족의 자부심이 컸던 적이 있었나! 대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K-팝을 위시한 문화의 수출, 올림픽 선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무시 못 할 수준이 됐다. 반면 금융서비스업은 유사 이래 국제 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인가 범주 내에서 영위하는 금융업은 국가의 정치, 행정의 경쟁력 및 그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정책 당국자가 금융기관을 실물경제 지원을 위한 내수 후방 산업으로만 인식한다면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에야 모든 금융기관을 공기업화 하는 것이 낫다는 어느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생각난다.

이 시점에서 강한 제조업 경쟁력으로 벌어들인 자금 유치에 만족했던 일본의 금융기관과 정책 당국이 떠오른다. 부자 일본 금융기관의 자금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곳은 많아도 일본 금융기관의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곳은 많지 않다. 만약 우리 금융서비스업이 제조업의 뒷전에서 무탈하게 지원하는 역할만 한다면 내수 업종으로 만족하는 일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러다 10년 후엔 중국에 세계 투자 시장을 다 빼앗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필자의 염려는 지난달 중국 씨틱증권의 프랑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 인수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 실물경제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금융권의 현안은 공공성이 많은 은행업과 관련이 깊다. 이런 중요한 현안 해결에 치중하다 보니 효율성이 생명인 금융투자업계의 입장은 반영되기 어렵다. 금융투자업의 비전 제시를 위해서는 먼저 은행권과 제2금융권에 대한 구분과 차별적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히려 제2금융권도 금산분리 개념에 편입하려는 등 은행권과 금융투자업의 구분이 더 희미해지는 분위기다.

금융기관 최고경영자들의 고충을 듣다 보면 금융감독원 같은 전문 기관의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금융지도에 대한 바람이 많다. 언젠가부터 사기업인 금융투자회사가 직간접으로 소통해야 할 공공 감독기관의 수가 많아졌다. 전문성을 가진 금융감독원 등을 중심으로 소신 있는 감독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금융투자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해 고민할 여지도 많아질 것이다.

고무적인 현상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올해 증권회사에 새로 취임한 CEO들의 면면이다. 젊은 피인 60년대 생의 수혈이 늘었고, 동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공인된 인재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쟁쟁한 경쟁자 분들이 선임되는 바람에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었지만, 우리끼리라도 경쟁력을 강화해보자는 증권업계의 바람이 반영된 긍정적인 측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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